희망찾아 고향 떠나야 하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강진일보에서는 지구촌, 글로벌시대를 맞아 <유헌 시인의 세계기행>을 싣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기행 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독자나 다녀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첫번째로 1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지브롤터 반도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향하여 남북으로 뻗어있다. 지브롤터 총독부 앞의 필자.
모로코 탕헤르항을 향해 버스가 달린다. 차창 너머로 버스와 함께 질주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한명 또는 두 명이. 처음엔 무심코 봤는데 그만한 나이 또래 아이들의 달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궁금해 누군가 가이드에게 묻는다. 왜 저 애들은 더운데 한낮에 한결 같이 뛰고 있느냐고.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유러피언 드림을 쫓아 아프리카 고향을 떠나온 아이들이었다.

밤낮으로 뛰고 또 뛰고 심지어는 쓰레기통을 뒤져 먹거리를 해결하면서 탕헤르를 향해 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의 1차 목표는 탕헤르항 근처에 주차해둔 버스의 바퀴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관광버스의 바닥에 매달려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프리카 아이들, 그들의 무모함을 나무라기에 앞서 그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가 탄 버스가 탕헤르항으로 들어서자 아프리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우르르 달려 나온다. 경찰이 그들 앞을 막아서며 쫒아낸다.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설령 버스 바닥에 매달려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으로 간다 해도 스페인 땅을 밟기 전에 체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왜 이토록 무모한 모험을 계속할까.

그런데 일단 스페인 땅을 밟기만 하면 스페인 국내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기를 쓰고 달려들고 간혹 아주 드물게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진출해 크게 출세한 후 고향을 방문하는 청년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그걸 로또 당첨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

몇 달 전엔, 탕헤르항에서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아니라 모로코 페스로 가는 버스 바닥에 잘못 숨어들어가 뒤늦게 방향이 다르다는 걸 깨달은 아이가 차 밑바닥을 치고 고함을 질러대 차를 멈추고 길가에 내려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을 벌려 놓았다는 헤라클레스가 야속할 뿐이다.

여정은 다시 스페인 남부로 이어지고

스페인 타리파항을 통해 모로코에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알헨시라스항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스페인 남부에서 지중해를 끼고 동부 바르셀로나까지 올라갈 것이다. 알헨시라스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감한다.

여행 8일째, 7월 3일이다. 오늘은 잠시 영국을 다녀오는 일정이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이 5개국 여행을 하게 된다고 농담조로 말한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일정이지만 카타르 도하에서 환승을 위해 몇 시간을 머물렀고, 지금 스페인 안의 영국령 지브롤터를 찾아가기 때문에 5개국이 된다는 계산이었다. 말을 듣고 보니 그럴듯하기도 하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인지 9시경에 지브롤터 입구에 도착했다. 국경지대인 셈이다. 오른쪽 지브롤터 해협 쪽으로 깎아지른 듯 바위가 솟아 있다. 지브롤터 바위란다. 같은 유럽 땅이지만 여권이 필요했다.

사무소 직원에게 그냥 보여주고 지나갔다. 버스는 스페인에서 기다리고 우리 일행은 시내버스를 탔다. 입구 가까이에 지브롤터 공항 활주로가 길게 뻗어있다.

영국의 직할 식민지인 지브롤터 반도는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향하여 남북으로 뻗어있다. 지브롤터의 역사는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수많은 부침을 계속해오다 1713 위트레흐트 조약에 의해 스페인과 이슬람교도 사이의 전쟁에 개입한 영국에게 스페인이 양도를 했다고 한다.

그 후 스페인은 이곳을 재탈환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주민들 간에도 영국령으로 남느냐 스페인에 편입돼야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여론이 대립하기도 했지만 지브롤터의 주민들은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1969년 주민투표를 통해 영국령으로 남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투표결과는 영국령으로 남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내버스에서 내려 메인스트리트 면세지역을 여유롭게 걸었다. 물건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아내는 몇 가지 쇼핑도 했다. 총독부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몇 장의 사진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와 나를 보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오우, 코리아’하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영어를 쓰는 행인을 만난 셈이다. 여기는 영국이니까.

지브롤터 여행을 마치고 알헨시아스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시 청사와 알타광장 등을 둘러본 후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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