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21대 총선을 1년앞둔 4월둘째주, 호남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감각적 뉴스들이 쏟아졌다. 군수와 총선 입지자가 공개석상에서 펼친 막말 신경전이 종편에 방영되었다. 민주평화당이 바른미래당 호남의원들과 손잡을거라는 뉴스도 있었다. 내년총선에 대한 관심이 서울과 함께 호남이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낙연 총리가 차기대선 적합도 양자대결여론조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큰 포인트차로 제쳤다.

호남 빅뉴스 퍼레이드 서막이 오른 곳은 고흥군이었다. 지난 7일 오전 11시, 풍양면민의 날 행사장. 민주평화당 소속인 고흥군수는 1천여 명의 청중앞에서 1,100억원대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 유치 성공사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지역 위원장이 ‘욕설’이 섞인 ‘막말’로 축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정당이 아닌 군수의 역량이 힘을 발휘했다는 요지가 읽힌 부분이 언쟁의 발화점이었다. 전국 5개 시‧군을 제치고 따낸 ‘스마트팜 벨리’ 공모사업은 고흥군 유사이래 가장 큰 국책사업이다.

바른미래당 내분 표출도 귀를 쫑긋하게 했다. 민주평화당은 이 틈새를 파고들어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재개를 거부하고 바른미래당 호남출신 의원들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 손대표의 흔들림과 4.3보선 때 전북 기초의원 세 곳에서 모두 평화당소속이 당선된 성과가 러브콜에 힘을 보탰다. 

고흥군에서 발생한 블랙 코미디 같은 신경전은 지방선거 후유증 성격이 짙다. 고흥군수 선거전 초기에는 전직군수 지지와 집권당의 호남 프리미엄을 업고 출마한 민주당 후보가 크게 리드했다. 그러나 막판에 민주평화당 소속 후보가 기적적으로 판세를 뒤집었다. 낙선진영의 충격과 좌절감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고흥군수는 취임 후 전직군수의 하자있는 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대립 진영과 갈등 전선이 형성됐고 선거 때의 전의가 되살아나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다 풍양면민 행사장에서 폭발해버린 것이다. 만약 민주당소속 군수였더라면 스마트팜 유치 성공과 관련, 대통령과 집권당의 은전을 들먹거렸을지도 모른다. 현직 군수는 그게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사단이 벌어진 모양새가 돼버렸다.

군민이 분열하면 군 발전의 저해는 물론 지역 연고 정치인에 대한 지지세를 약화시킨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정당 공천제를 적용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정당간 대결구도가 형성돼 표심이 분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강진, 장흥, 보성과 함께 한 선거구에 속한 고흥에서 인구가 많다는 장점을 당선으로 엮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된다.

표 결집력이 강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민주평화당인 고흥지역에 대해 민주당이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같은당 소속 현역의원과 지자체장이 당력을 모아 표밭갈이에 나서면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꿰뚫고 있다. 동일 선거구인 강진군도 지방선거에서 양당 경쟁력이 대등수위임을 보여주었다. 민주당 이승옥 군수가 49.02%, 차점자인 평화당 곽영체 후보는 45.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력과 인지도면에서 두 후보간 격차를 셈하기 어려운 인물들이어서 정당간 경쟁력 비교는 무리가 아니다. 장흥군수는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를 물리쳤다. 보성과 강진군수만이 민주당 소속이다. 지명도 높은 중진 현역과 지역인재 육성론이 맞붙게 될 고흥 표심향방이 지역선거구 운명을 가를 개연성이 높아졌다.

호남은 내년총선에서 민주당의 기대가 가장 큰 선거구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지지도를 콘크리트처럼 받쳐주고 있는 독보적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지세 전국 최고의 자리를 한번도 놓치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철벽 지지세라면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지방선거처럼 싹쓸이 욕심을 키우고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광주, 전남은 표를 몰아주는 전통적인 전략적 표심이 작동되는 곳이어서 기대치가 높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민심은 변한다는 철칙을 깔아 뭉겔만큼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95%에 달했던 호남지역 대통령 지지율이 미끄러져 70% 전후를 오르내리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는 하향추세고 여론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1년 후 여론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유동적이다. 북비핵화와 안보불안, 경제난, 내로남불 통치 논란은 여론을 롤러코스터로 몰고 갈 복병이다.

고흥지역에서 정당간 민심분열이 나타난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은 있게 마련이다. 현역 프리미엄은 강력한 선거 무기다. 선거제도 개정도 비관적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므로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의원이 손잡을 경우 호남선거판세는 전혀 예상밖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과거 국민의당 향수를 자극하는 호남중심 정당을 복원시킨다면 호남에서 집권당 독주는 불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거의 모두 현역인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표가 몰려 전략지대의 적통을 이어갈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