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 박사/강진군 다산박물관 다산교육전문관

요즘 우리는 절제와 인내가 상실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디서도 인내와 절제가 조화된 정서적으로 안정된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착실하게 일상 속에서 살아가며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누리려고 발버둥치며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다. 땀만이 오직 결실을 보장한다는 순박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보자. 날이면 날마다 정치는 당파에 휩쓸려 정치다운 정치는 고사하고 오직 상대방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 국민들의 민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다 민생  현장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그때 가서야 둘러보고 대안을 강구하겠다는 사후 약방식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그 꼴을 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오직 다음 선거에 어떻게 될 것인가 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어느 차관의 성매매사건, 클럽에서의 성매매사건, 약물 사건 등등 서민들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소위 있는 사람들과 권력 주변에서 맴도는 사람들의 일이다. 오죽하면 뉴스를 보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는가!

200여년전 천주쟁이로 몰려 이곳 강진으로 유배당하여 18년의 시련과 고난의 세월을 보낸 다산 선생께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보고 있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했을까? 다산   선생의 시 한수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당파 싸움 오래도록 끝나지 않아
黨禍久未已
그거 참으로 통곡할 일이로세
此事堪痛哭
송나라 당파 후예들 소식도 없고
未聞洛蜀裔
자기 살붙이들만 가리고 있다네
遂別智輔族
싸움 등살에 양심마저 다 흐려져
爭氣翳天良
티끌만 마음에 걸려도 막 죽인다
纖芥恣殺戮
순한 양들 짹소리 못하고 죽어도
羔羊死不號
승냥이와 범은 눈알을 부라리고
豺虎尙怒目
높은 자는 뒤에서 조종을 하며
尊者運機牙
낮은 자는 칼과 살촉을 간다네
卑者礪鋒鏃
그 뉘라서 큰 잔치를 열어
誰能辦大宴
화려한 집에다 장막을 둘러치고
幕張華屋
천 항아리에 빚어넣은 술과
千甕釀爲酒
만 마리 소 잡아 만든 전골로
萬牛臠爲肉
함께 앉아 옛 폐습 다 버리기로 하고
同盟革舊染
평화로운 복을 맞게 하려나
以徼和平福
- 고시(古詩) 27수 중 / 다산시문집 제4권 

그렇다. 다산 선생께서 쓴 시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그때도 당파싸움 으로 조정은 오직 자기편들만을 위해서 온갖 수작을 다부리고 양심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죄 없는 백성들만을 못살게 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들만의 잔치로 호의호식을 누리고 있었다. 다산은 정조의 사랑으로 누구보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강렬했다. 그랬기에 유배 와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500여권의 책을 저술한 것이다.

그 중 목민심서는 다산 선생께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들, 특히 공직자들에게 과연 어떤 길이 진정한 나라와 백성을 위한 길인가의 지혜를 남겨준 위대한 저술이다.
 
세월은 20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백성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욕심과 욕망을 위해서 온갖 피폐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게 되었다고 하나,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진 오늘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다산 선생께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남겨주고 싶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은 거룩한 위민․위국정신으로 “낡고 병든 나라를 새롭게 개혁”하고자 했던 다산, 묵묵히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겸손하게 되돌아보며 조정의 양반관료로서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반성을 하는 다산, 다산은   비록 유배 온 죄인이지만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일편단심으로 이러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자책을 울분으로만 삭힌 게 아니라, 백성의 고통과 체제모순의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서 거룩한 분노로 승화시켰다. 이러한 다산의 위대한 정신과 사회적 가치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하다고 말씀하실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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