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상징 플라멩코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강진일보에서는 지구촌, 글로벌시대를 맞아 <유헌 시인의 세계기행>을 싣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기행 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독자나 다녀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첫번째로 1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현대적 의미의 투우가 시작된 도시
국내 TV광고, 드라마통해 익숙한 곳


스페인 남부에서 발달한 집시들의 민속음악과 무용인 플라멩코 공연의 모습이다.
포르투갈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스페인 땅으로 들어오니 들판에 상수리나무 군락이 끝없이 펼쳐진다. 하나 같이 옆으로 무성하게 분재처럼 자라고 있었다.

상수리나무는 7년에 한 번씩 껍질을 벗겨 코르크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마개뿐만 아니라 가방, 지갑, 노트 표지 등 다양하게 쓰이며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여행객들은 스스로를 이기지 못해 깊은 잠에 빠져들고 가이드 홀로 스페인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고속도로변에 활짝 핀 유도화도 꿈속을 헤매고 있을 것 같은 여름 낮의 오후 한때. 나는 이국의 풍경 한 컷 한 컷을 눈에 담고 있다.

얼마나 달렸을까. 휴게소에 도착했다는 가이드의 말에 모두들 잠을 깬다. 이번 휴게소에서는 스페인의 별미 하몬을 먹게 돼 있다. 팀별로 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하몬이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 건조한 일종의 햄 같은 거였는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식품 중의 하나라지만 솔직히 맛은 별로였다. 너무 짜기도 했지만 얇아 먹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한 접시에 12유로, 우리 돈으로 만 7천 원 정도였다. 시원한 맥주를 채운 건배 소리가 한동안 계속됐다.

세비야로 가는 길, 해바라기 농장이 이어진다. 끝이 없다. 해바라기 기름이 스페인에서는 자동차 연료로까지 사용된다고 했다. 7월의 따가운 태양 아래서도 방긋방긋 이방인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 고맙고 예쁘다.

스페인 최대의 성당이자 세계 제1의 주교자 성당인 세비야 대성당 전경
세비야 시내로 들어선다. 5시간이 더 걸렸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도시인데 론도와 함께 현대적 의미의 투우가 시작된 곳이고 플라멩코의 본 고장이라고 했다.

스페인까지 왔는데 플라멩코 공연을 안보고 지나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예약된 공연관에서 와인 샹그리아를 마시며 공연을 관람했다. 90여분 동안 이어진 본고장 노래와 춤의 향연, 집시들이 떠돌아다니며 노래한 삶의 애환이 묻어나서인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고, 바닥을 치고, 노래를 부르고..., 현란한 발동작은 심장을 통통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공연관 등 분위기가 기대에 못 미친 감도 있어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기도 하다.

세비야 시내를 관통하는 과달키비르강을 끼고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 하루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스페인 남부 세비야 까지.
 
 여행 5일째, 6월 30일 월요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늘은 세비야 시내 관광 후 점심을 먹고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로 갈 것이다.

세비야를 지키는 방어탑으로 이슬람에 의해 13세기 전반에 건설돼 신대륙에서 가져오는 금을 보관했다는 과달키브르 강변의 황금의 탑과 마리아 루이사 공원을 둘러보고 스페인 광장을 찾았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스페인 광장. 살라망카에서는 그곳의 플라자마요르광장이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둘 다 아름답지만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스페인 광장은 마드리드에도 있고 이탈리아 로마에도 있다. 배우 김태희가 플라멩코를 추는 CF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한가인의 신용카드 CF 촬영 현장은 물론 영화 ‘스타워즈’, 국내 한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 ‘하늘이시여’도 이곳에서 일부 촬영했다고 한다.

반원형으로 이뤄진 광장의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온다고 해 이곳저곳을 열심히 헤매며 셔터를 눌렀다. 스페인 58개 도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채색 타일로 장식한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 보기도 했다.

광장 안쪽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바깥쪽은 시청사 등 관공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단다. 며칠 전 거쳐 온 살라망카 플라자마요르광장의 북쪽 망루가 있는 건물도 살라망카 시청자 건물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페인광장을 배경으로 필자
세비야 구시가지로 향한다. 노랗게 오렌지가 익어가는 오렌지나무 가로수들이 인상적이었다. 18세기 세비야를 무대로 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세비야 이발사’의 작곡자 로시니의 생가를 지나 산타크루즈 거리 노천카페에서 지친 몸을 달랬다. 세비야는 여행 첫날 프라도미술관에서 만났던 스페인 최고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세비야 대성당 입구에 도착했다. 뙤약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길게 줄을 서 간단한 보안검색 후 입장했다. 남자는 모자를 벗으란다. 세비야 대성당의 웅장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15세기에 이슬람을 정복한 기독교도들이 8세기에 건설된 모스크 위에 지은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사원에 이어 유럽에서 3번째로 큰 성당이라고 했다.

세비야 대성당은 스페인 최대의 성당이자 세계 제1의 주교자 성당이기도 하다. 대성당 내부 건축물의 규모와 장식의 정교함, 화려함을 어찌 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불가사의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하나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대성당 안의 콜럼버스 묘였다. 콜럼버스의 관이 공중에 떠 있었는데 그게 다 사연이 있었다. 스페인 이사벨여왕의 지원을 받아 4차례나 항해에 나섰지만 불행하게도 스페인 왕들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으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런 이유 때문에 스페인 옛 왕국의 왕들이 관을 어깨에 메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왕은 콜럼버스를 지원해 고개를 들고 있고 뒤의 두 왕은 그렇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한다. 앞쪽 두 왕의 발가락이 유난이 반짝거리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오른쪽 발을 만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세비야를 찾게 되고 왼쪽 발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 때문에 반질반질 했다. 그냥 재미있으라고 만들어낸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재치가 돋보였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에 엄청난 부를 안겨다 줬고 세비야 역시 콜럼버스로 인해 제2의 로마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번성했다고 하니까 지금의 세비야는 콜럼버스가 없었다면 한낱 작은 도시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세비야 대성당의 첨탑인 아파트 34층, 97미터 높이의 히랄다탑에 오르면 세비야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데 공사 중이라 오르지 못했다. 오렌지 나무가 늘어서 있는 오렌지 안뜰 그늘에서 또 하나의 쉼표를 찍었다.<계속>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