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가꾼 산림들이 산불로 한순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현 강진우체국이 들어서기전 옛 강진읍의용소방대의 모습이다. 화재진화 비상소집에 응소하는 대원 모습<사진제공=윤순학>
성화가 다녀간 이후 그해 9월 17일 1988년 서울올림픽이 화려하게 개막해 10월 2일날 폐막했다. 이때 강진군민들을 비롯한 전국에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고 159개국중에서 종합 4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위상이 드높아졌다.

이때 올림픽을 기점으로 강진군에서도 군민의식이 향상되고 자가용 차량이 늘어났으며 핵가족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됐으며 강진군이 문화관광지로 전국에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던 때였다.

강진군은 산과 농토, 바다가 있어 천혜의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고 전남도내에서도 문화유적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유서깊은 고장이다.

특히 임업분야에서는 독림가로 알려진 초당약품 고 김기운 회장이 1968년부터 칠량면 명주리에 621㏊를 매입해 편백숲 등 조림단지로 가꿨다.

황폐화 됐던 임야는 조림사업을 통해 경제수림으로 육림돼 강진의 민둥산들이 울창한 숲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던 때가 1980년대 후반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산들은 민둥산이 당연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많이 느낀다.

최근에도 건조한 날씨속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지만 이때에도 산불이 많이 일어나 어렵게 키운 나무들을 모두 재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겨울철은 건조한 날씨와 바람, 습도가 모두 낮아 화재가 일어나기 최적의 조건이다.

이 때문에 겨울과 봄철에 산불이 자주 일어나곤 하는데 원인을 보면 사소한 불씨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등산객이 산을 오르다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와 취사행위, 산림과 인접한 논밭태우기, 폐비닐 태우기, 청명 한식일 묘지이장 후 쓰레기 소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곤 한다.

필자가 1985년부터 줄곧 내무와 행정계에 근무하면서 지역내 동향과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상황근무를 주야는 물론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중 1988년 올림픽이 끝난 후인 12월 18일 일요일로 기억한다.

내가 낳고 자란 고향인 마량면 산동마을 입구 영동저수지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긴급한 소식이 전해졌다.

곧바로 산림과를 통해 군수에게 보고가 됐고 즉시 군청 내 전 직원이 산불진화 비상근무를 하게 됐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당시 의용소방대원과 마을의 청장년층들도 힘을 모아 민관이 야간에 산불 진화에 나섰다.

야간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인명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밤샘 진화를 했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나는 상황반장인 내무과장과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현장과 교신을 하면서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일을 담당했다.

새벽녘이 되자 허기진 직원들을 위해 빵과 음료수를 들고 산불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산불은 꺼지지 않고 인근 마을까지 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때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산 정상에서 불타는 모습이 흡사 서울올림픽 개막 행사때 스타디움 지붕위로 둥그렇게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밤새 인근 동네를 환하게 비추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이 말은 그만큼 산불의 규모가 컸다는 이야기였다. 밤을 새고 나서 겨우 산불이 진화됐지만 엄청난 면적의 나무들이 모두 재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때 화재는 영동저수지 동편에서 시작돼 제방 반대편인 서쪽으로 불이 확산돼 피해 규모가 컸다. 산불 확산의 요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자 동편에 있던 꿩 깃털에 불이 붙어 서편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옮겨졌다는 웃지못할 괴담까지 떠돌았다.

이때 저수지 동편과 제방 반대인 서편은 땅으로 이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화재가 확산될 수 없었던 지형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화재가 확산돼 여러 가지 추측을 하던 중 꿩이야기가 비교적 설득력있게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으로 떠돌았던 것 같다.

마량 영동저수지 화재뿐만 아니라 지역내 곳곳에서 다양한 화재가 발생해 엄청난 면적의 산림들이 불에 타버려 아직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무라는 것이 키우는 데에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지만 불에 타버릴때는 몇분이면 재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산불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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