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강진군의회 의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진군협의회(이하 민주평통)는 국내연수로 제주도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다녀왔다. 자문위원단은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이번 탐방의 주제는 다크투어리즘으로 블랙투어리즘(Black Tourism) 혹은 역사교훈 여행이라고도 불리운다.

전쟁이나 학살 등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느끼는 탐방이다.

옛 제주 탐라국의 시조가 탄생 설화를 간직한 삼성혈을 시작으로,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와 한국전쟁 당시 예비검속에 의한 섯알오름 양민 학살터, 용머리 해안에 있는 하멜기념관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태평양전쟁 희생자 위령탑,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제주 4.3평화기념관, 제주항일기념관 등을 방문했다.

푸른하늘과 바다가 시릴만큼 연수 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다. 제주 남부지역에 만발한 유채꽃은 한반도의 첫 봄소식으로 우리를 맞이했지만 서글픔으로 스몄다. 꽉 짜여진 여정은 여전히 시린 겨울, 그 눈발 아래 서 있었다.

1948년, 아름다운 제주 전역을 아픔과 고통을 담고있는 너븐숭이 4.3기념관과 제주 4.3평화공원에는 처절한 제주의 한이 깊이 배어 있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4.3어린이체험관을 보며 나 또한 아픈 역사를 아이들에게 교육해야한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

제주도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이념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형제와 이웃들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후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은폐와 조작, 위협으로 오랜 시간 지독히도 끔찍한 침묵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2000년 ‘제주4.3사건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가 채택되었지만 아직 올바른 이름이 명명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조속히 이루어 지기를 염원한다.

제주항일기념관은 제주 3.1만세 운동의 중심지인 제주시 조천읍에 있다. 제주지역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제주에는 미밋동산(만세동산)과 조천장터에서 일어난 조천만세운동,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스님을 중심으로 일어난 제주도 최초의 항일운동인 법정사 항일운동, 특히나 가장 심하게 수탈의 대상이 되었던 해녀들이 일제와 해녀조합에 항거한 1930년대 최대 항일운동인 해녀항일운동 등 3대 항일운동이 있다.

험난하고 척박한 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애국의 혼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지역에 뒤지지 않았다. 제주가 겪은 독립운동의 현장에 와서 직접 보고 들으니 그 상처는 생각보다 더 깊고, 생생하다.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주변과 단절될 채 전쟁과 권력의 날카로운 비수에 찔려 죽어가던 이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감히 내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해안가에 맞닿아 있는 알뜨르(제주도 표기법상 ‘알드르 아래에 있는 너른 벌판’이라는 뜻) 비행장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만든 해군항공대 비행장이다.

일본이 중일전쟁을 치르면서 중국 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든 것으로, 제주도민들의 땅을 빼앗고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건설했는데, 가마가제호 조종사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주민들이 밭으로 쓰고 있는 그 평야에는 아직까지 20여개의 격납고가 듬성듬성 그대로 남아있어 제주도의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었다.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던 서귀포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를 찾았다. 2016년 총 23년에 걸쳐 국가예산 1조 771억원이 투입되었다.
 
이지스함 한 척의 건조비용인 1조 3천억원이 소요된다. 해군기지가 보다도 적은 비용으로 건설되었다는 퍽 놀라웠다. 사실 이 일은 단순히 놀라며 지나칠 일이 아니다. 남북이 휴전과 분단으로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해 군사훈련비용으로 800~1000억원이 소요되는 한미연합훈련과 같이 어마어마한 국방비용과 전쟁비용을 우리는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건 간에 든 득과 실은 있지만 우리에게 있어 평화(平和)는 우선순위임은 확실하다.

‘북미정상 회담이후 남북관계 전망과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민주평화통일과 관련하여 제주통일미래연구원 고성준 원장님을 모셨다. 원장님은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극복하기 위해 한 길을 걷고 계시는 분이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록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유예되었지만 통일에 대한 우리의 염원은 조금의 유예 없이 계속 타올라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로저스 회장은 “남북 경협이 원활해지고 평화가 오면 분단, 전쟁과 연결돼 한반도를 여행지로 꺼리던 전 세계 관광객들이 문화재, 전통, 음식, 동해안 장관을 즐기러 새로운 코리아로 몰려올 것이며 한반도 관광은 매우 큰 투자처가 될 것이다.”라며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스스로 세계 열방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어지는 일은 통일에 그 열쇠가 있다. 통일이 우리에게 아껴둔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어떠한 마음의 동기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평화가 밥이고, 먹고사는 것이 곧 경제다. 평화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한반도 전역, 전 세계 곳곳의 고통의 현장에서 다크투어리즘이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 많은 이들이 이제까지 가려졌던 이웃의 아픔에 눈과 귀, 마음을 열어야한다. 치유를 함께 한다면, 그런 날이 조금은 더 빨리 올 것이다.

동트기 직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하지 않은가. 요즘 사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시간 위에 서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다음 세대가 평화와 번영의 길을 당당히 걸을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이 막중하다.

끝으로 소중한 시간 함께 해주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진군협의회 자문위원님들, 그리고 뜻 깊은 연수를 만들어주신 이종헌 회장님, 김규식 간사님, 백혜연 실장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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