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지난 설 연휴기간 동안 TV 채널을 돌려보던 중 가장 압권은 광활한 남극대륙을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고독한 퍼스트 펭귄의 모습이었다. 제대로 잘 걷지도 못하면서 따르는 무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퍼스트 무버 펭귄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광주형일자리가 생각났다.

그렇지 않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달 말 극적으로 타결되어 전국적인 시선을 끌었던 광주형일자리는 지금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게 되는 퍼스트 펭귄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그만큼 힘들 수 밖에 없고 퍼스트 펭귄처럼 걸어가는 과정에서 길을 잘 못 들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말이다.

광주형일자리에 거는 기대가 높아져 벌써부터 성과에 조급해하고 기다려주는데 인색해 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험난한 길을 가는 만큼 묵묵히 따라 주시고 인내해 주며 밀어 주기보다는 손익계산 먼저 하려드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나니 말이다.

광주형일자리를 생각해 낸 모티브는 독일 ‘아우토5000’이나 미국 GM의 ‘새턴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었다지만 기업이 제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기에 그만큼 전인미답의 험로를 가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광주형일자리는 선진국들의 성공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해법이다. 광주광역시가 주도하여 노사민정의 대타협을 이루어 기업을 유치해 오는 획기적인 일자리 창출전략인 셈이다.

이제 광주형일자리는 민선 7기의 정책공약으로 확실하게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기에 우리는 어떻게 하든지 이 절호의 기회를 살려내야 한다.

대통령은 얼마 전 전국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는 어느 지역이든 노사민정 합의하에 ‘광주형일자리’같은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매사에는 일의 완급이 있다. 우선순위가 있다는 이야기다. 광주형일자리가 차질 없이 나가야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노사민정의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

1대 주주인 광주시의 책무가 가장 막중하기에 챙길 것도 많을 것이다. 부족한 자본금 확충을 위해 투자자 모집을 서둘러야 하며 현대차가 공장설립에 불편함이 없도록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주어야 한다.

각을 세우며 연일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어떻게 하든지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우호적인 한국노총과는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광주의 관변단체들 뿐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이제는 손을 맞잡아 주어야 한다. 그야말로 광주가 노사상생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범정부차원에서 법인세 감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광주시의 주인은 우리 시민들이지 않는가.

그동안 회의적인 시각에서 방관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광주시가 나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인내하며 무한 신뢰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일단은 퍼스트 펭귄 광주형일자리가 무사히 예정된 기일 안에 목적지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이순간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 청년들의 눈망울을 생각해 볼 때 광주형일자리의 성공은 우리에게 주어진 절대절명의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