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호남 편중인사와 관련, 잡음이 일고 있다.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후보명단 발표때 출신지가 아닌 출신고교를 밝히는 방식을 택했다해서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답변에서 정부의 개각 인사 발표 방식에 대해 “늘 하던 방식이 아닌 출신고별로 발표하는 발상은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치졸하다고 생각한다”며 집권당 소속 장관답지 않는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의 꼼수발언은 호남 편중인사 논란을 키웠다. 호남출신 장관후보자들 모두 부적격 흠결이 불거져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장관후보들에게 고등학교출신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 4명, 인천 1명, 경북 1명, 강원 1명의 분포가 된다. 이와 달리 종전의 출생지 기준으로 재분류할 경우 진영(고창), 조동호(부안), 최정호(익산), 박양우(광주) 등 4명은 호남에 속한다.  부산, 경남, 강원은 각 1명씩이다.

3.8개각에 오른 호남출신 숫자를 감안하면 청와대의 고교기준 분류 꼼수 지적은 공감 소지가 있다. 이번 개각으로 장관 18명중 호남은 6명에 달한다. 이미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행자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 차장 등 권력 요직은 호남사람들로 채워졌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장성), 심승섭 해군참모총장(군산), 중앙선관위원에 임명된 전북 장수 출신 조해주 위원, 황서종 인사혁신처장(강진) 등 일일이 열거하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청와대, 산하기관에서도 호남편중 현상은 존재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여기에다 또다시 호남출신 4명의 장관이 더해진다면 인사편중 논란은 예고된 거나 다름없다.

지자체장들이 공을 들이는 기재부에 호남인사가 넓게 포진해 있는 것도 출신지 공개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소중 하나다. 장차관급은 아니지만 예산 편성과 국회 예산안 심의 실무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예산총괄심의관에 화순출신 안도걸 국장이 임명됐다.

호남 출신으로서는 19년 만에 예산총괄심의관 자리에 오른 경사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안 국장은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고,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영학학사, 하바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공직엘리트다.

안 국장은 이호승 기재부 1차관, 정무경 조달청장, 백승주 재정혁신국장과 광주 동신고 동문 관계다. 과장급에서는 김명중 예산실 예산총괄과장, 고광희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등이 광주 출신이다.

편중인사 논란은 국회에서도 재연됐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질의에서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정 지역이 소외감을 느끼는 불균형 인사는 빨리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개각구성때는 호남정권, 호남향우회 내각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9월 13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초기 내각구성에 대해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호남공화국’이다”며 “사상 유례가 없는 ‘편향 인사’ ‘적폐 인사’를 시정할 것”을 주문했다.

소외된 지역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보수 정권에서 상당수 요직을 차지했던 충청권은 현재 인구에서 호남을 추월했는데도 질적, 양적으로 현저하게 줄어 호남 출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호남 인구의 두 배를 넘는 영남권 반발은 더 거세다. 특히 우파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구. 경북 출신 인사들의 고위 공직 인사 소외 양상은 극에 달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인사 우대는 어느 지역이나 환영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이건 보편적 감성이다. 과거 수십년간 극심한 인사차별을 받아온 지역이라면 당연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호남에 요직이 편중됨으로써 소외지역의 감정이 격해져 지역갈등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호남편중 인사가 반복됨으로써 혐오감정으로 악화돼 대통령뿐만 아니라 호남으로까지 번져 과거와 같은 극한 지역감정으로 회귀할 개연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말경 중앙 한 석간에 실린 컬럼 한 대목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실세들이 초기에 호남과는 끝까지 같이 간다. 적폐청산은 임기 끝날 때까지 한다. 인사는 철저하게 우리 사람 위주로 한다는 세 가지 국정운영 원칙을 이야기했다”며 “지난 17개월여를 되돌아보면 이 원칙을 관철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컬럼 필자는 운동권 실세의 말을 빌려 이러한 내용을 인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관후보자 가운데 호남출신 4명 모두 개발딱지 취득, 다주택보유, 꼼수 아파트 처분, 농촌 위장전입, 영화인 탄압한 엔터테인먼트 사외이사 전력 의혹이 불거졌다.
 
인사편중과 함께 공평, 공정, 정의와는 거리가 먼 부조리한 현상들이다.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도 어긋난다. 극렬 지지자를 제외하면 문 대통령 취임사 다짐이 이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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