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광주의 둘레길인 빛고을산들길을 잘 가꾸어 명품길로 만들자고 나선지 올 해로 두해 째. 지난 한 해 동안 나름대로는 심혈을 기울이며 힘을 쏟았던 빛고을산들길 사랑이었다. 오늘은 회원들과 함께 땀 흘렸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 그동안의 성과를 하나씩 짚어 보았다.

먼저 빛고을산들길 사랑모임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였다. 덕분에 필자는 난생 처음 이사장 감투까지 쓰는 행운을 안았다. 빛고을산들길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 길로 만들려면 뒷받침해 줄 조직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사무실도 마련하고 회비도 각출하여 물리적 재정적 기반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사단법인화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 것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빛고을산들길을 직접 조성했던 당시 공직자들이 참여하여 힘을 보태준 덕분이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이 길을 반석위에 올려 놓겠다는 그분들의 남다른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초창기에는 겨우 10여명이 걷던 이 길을 이제는 30, 40여 명이 걸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니 얼마나 뿌듯한가. 앞을 다투어 먹을거리를 준비해오고 오순도순 걷고 나서 함께 둘러 앉아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노라면 회원들의 정겨움이 한없이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는 6개 구간의 81.5㎞ 정코스를 다 걷고, 이어서 분적산, 어등산, 월봉서원의 부코스까지 다 걸어 보았다. 총 101.8㎞, 그러고 보니 5.18도 전라도 정명 청년 1018년도도 익숙한 숫자였다. 걸을 때마다 우리 빛고을이 사랑스럽고 자부심이 느껴지곤 하였다. 왜냐하면 가는 곳마다 스토리텔링이 풍성하고 눈여겨보면 멋있는 경관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빛고을산들길을 제대로 조성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유명한 길을 벤치마킹도 하였다. 우선 해남 미황사 자락에 자리한 달마고도부터 가보기로 했다. 중장비가 동원되지 않고 만들어진 친환경 길, 어디서나 쉽게 앉아 쉴 수 있는 부담없는 길들은 뛰어난 풍광과 함께 과연 명품길로 손색이 없다.

강진의 초당숲길, 다산초당길도 걸어 보았다. 역시나 편한 길, 운치있는 길이었다. 언제든지 와서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 가는 곳마다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기에 역시 남도는 자랑스러운 고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우리 길들이 생각보다 전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퍽이나 안타까웠다.

필자는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에게 꼭 물어 보곤한다. 빛고을산들길을 아느냐고. 안타깝게도 아직은 열에 아홉은 모른다는 답이 나온다.

무돌길 못지않게 빛고을산들길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도록하자. 틈만 나면 달려 나가 걷는 길, 바로 빛고을산들길의 그날을 위해서. 전국의 트레킹족들이 즐겨 찾는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처럼 빛고을산들길을 키워 가보자.

그래서 올해는 좋은 날을 택해 모두가 함께 걷는 날을 기획하고 있다. 전국의 애호가들을 불러 모아 널리 알리면서 빛고을산들길을 걷도록 하고 싶다. 또한 방방곡곡의 이름난 길들도 찾아 걸어보고, 기회가 되면 일본 규슈올레까지 걸어볼까 한다.

올 들어 첫 달에는 1구간을 거꾸로 걸어 보았다. 도동고개에서 삼각산 자락을 거쳐 용전마을까지 걸어보니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평소 다니던 길도 가는 길, 오는 길이 다르면 기분이 다르지 않던가. 때로는 역발상이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못 말리는 빛고을산들길 사랑!
올 해도 우리 빛고을산들길 사랑은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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