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 박사/강진군 다산박물관 다산교육전문관

미세먼지가 서울이나 강진 할것없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집을 다녀오는 길에 미세먼지는 물론 찌들은 육신의 때와 마음속 깊이 쌓인 오염된 때도 씻고 싶어 온천을 갔다.

휴일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온천 역시 뿌연 했다. 서울을 오가며 들르는 월출산 온천은 나의 몸과 마음의 때를 씻는 귀한 곳이 되었다. 온갖 것으로 찌들은 육신은 물론 보이지 않는 마음 곳곳에 붙어있는 욕망의 찌꺼기들을 씻어내어 나를 지키고자 하는 귀한 시간이다.

기왕 씻을 것 제대로 씻고 싶은 마음으로 때밀이하는 분께 부탁하여 육신의 때부터 벗겨낸다. 앞뒤, 좌우, 상하로 이리 저리 곳곳을 샅샅이 밀며 그동안 쌓인 때를 밀고 나니 마치 육신의 때를 한 꺼풀 벗겨낸 기분이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 때는 어떻게 벗기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본다. 보이는 것이야 이렇게 밀면 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을 벗겨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들도 자신의 허물을 벗기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도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茶山) 선생께서도 수오재기(守吾齋記)를 통해서 자신을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천하의 만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다. 유독 이른바 나[吾]라는 것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잘하여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으나 잠시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 곳이든 가지 않는 곳이 없다. (중략) 천하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나[吾] 같은 것이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굳게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출처 : 다산시집 13권)

마음을 다스리며 자신을 지키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지내던 다산도 형님인 정약전의 수오재기를 보고서 나중에 깨닫고서 쓴 글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심경밀험(心經密驗)을 통해서도 “하루하루의 삶에서 날마다 선한 기운을 받고 마음을 자라게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평온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회복할 수 있다. 선한 기운을 받은 것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날마다 혹 잃어버린 마음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라고 쓰고 있다. 18년 고난과 시련의 유배 생활을 스스로의 위로와 힐링을 통해 마음을 다져왔던 것이다. 때를 밀고 구두를 닦으며 또 다른 나의 겉모습을 단장한다.

구두를 닦을 때도 내 마음을 이렇게 스스로 닦아 나를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육신의 때는 보이기 때문에 밀면 되고, 구두는 약을 발라 닦으면 빛이 나건만, 마음의 약은 무엇으로 해야 빛이 나고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각각의 생각이 다르고 세상살이가 다르기에 처방도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위인이나 서민이나 어찌 다르겠는가. 오직 선열들의 체험과 경험에서 나온 글이 최고의 특효약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읽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마음을 빛나게 하는 특효약이다. 그래서 다산도 늙어 죽을 때까지 심경밀험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지키다가 해배되어 고향으로 돌아간지 18년 된 1863년 75세로 세상을 뜬다.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말처럼 아무리 세상이 혼탁할지라도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지키는 특효약은 선혈들의 위대함을 널리 배우고 익히는 독서임을 마음에 되새기는 의미 있는 온천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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