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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시인의 세계기행]중세로의 시간여행,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바람의 언덕에 서서 소설속 돈키호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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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8  12: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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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일보에서는 지구촌, 글로벌시대를 맞아 <유헌 시인의 세계기행>을 싣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기행 편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독자나 다녀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첫번째로 1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열정의 나라 스페인, 그 심장부에 첫발을 딛다
② 중세로의 시간 여행, 그 첫 여정
③ 바람의 언덕에서 돈키호테를 만나다
④ 살라망카 플라자 마요르광장에서 중세를 읽다
⑤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그 지구 끝으로
⑥ 플라멩고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⑦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⑧ 낯선 모로코에서도 태양은 떠오르고
⑨ 파랑으로 물든 그곳, 쉐프샤우엔에서 길을 묻다
⑩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⑪ 유럽의 발코니 프리힐리아나로
⑫ 발렌시아 왕국의 흔적을 찾아
⑬ 사그리다 파밀리아, 그 감동 속으로

12개 풍차 언덕위에 늘어져 있어 ‘장관’
향신료의 여왕 샤프란 산지로 유명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 스페인 콘수에그라 바람의 언덕 
따호강변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고 콘수에그라로 향한다. 돈키호테를 만나기 위해서다. 가는 길 도로 양쪽으로 포도와 올리브 농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올리브 생산 세계 1위 스페인에는 대략 3억 2천만 그루 정도의 올리브가 자라고 있단다.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 전역에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셈이라고 한다.

가는 길에 가이드가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과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을 들려준다. 이유가 있었다. 사라사테나 로드리고는 두 사람 다 스페인 출신 작곡가이고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스페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시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아랑후에즈는 이곳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고원지대에 있는 아름다운 옛 도시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MBC 주말의 명화 시그널 뮤직으로 더 알려진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가 끝나갈 때쯤 멀리 언덕 위로 성채가 보인다. 새하얀 풍차도 모습을 드러낸다.

라만차 평원을 달려 콘수에그라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톨레도에서 리무진 버스로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대형버스가 곡예 하듯 좁은 골목길을 오르고 있다. 빛바랜 낡은 집 들은 엎드린 채 말이 없다. 빈 집들이 자주 눈에 띄고 그나마 사람이 사는 듯한 집들도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있다. 모두들 시에스타, 낮잠에 빠진 모양이다. 소음과 매연, 먼지만을 남기고 지나쳐 가는 것 같아 미안하다. 그들에게.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른다. 길바닥에 돌이 굴러다닌다.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무척 거세게 분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이다. 눈 아래로 콘수에그라 마을과 드넓은 라만차 평원이 펼쳐져 있다. 언덕에는 방앗간으로 사용됐다는 12개의 풍차가 늘어서 있다. 중세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성채도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605년 세르반테스가 발표한 소설 ‘돈 키호테’의 무대가 됐던 곳 중의 하나이다.

   
돈키호테의 풍차를 배경으로 필자
소설은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경 스페인의 라만차 마을에 사는 한 신사가 한창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자기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이름 붙인다.

그 마을에 사는 뚱보, 머리는 약간 둔한 편이지만 수지타산에는 빠른 소작인 산초 판사를 시종으로 데리고 무사 수업에 나가 갖가지 모험을 겪으며 스토리는 전개된다. 돈 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일으키는데, 말을 타고 길을 가다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여, 산초가 말리는데도 듣지 않고 습격해 말과 함께 풍차의 날개에 떠받쳐 멀리 날아가 떨어져버린다.

바람 부는 언덕에서 잠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인간을 바라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예나 지금이나 풀기 어려운 숙제인 것을.

풍차와 함께 콘수에그라 마을과 드넓은 라만차평원을 눈에 담는다. 중세시대 언덕 위 성채의 영주에게 농사지은 곡물을 바쳐오던 주민들의 고된 삶이 혹시 지금의 콘수에그라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대물림된 건 아닌지. 마음이 조금은 짠하다.

그런데 건조한 땅 라만차 콘수에그라가 금빛 사프란의 산지로 유명하다니 의외다. 언제 이곳을 다시 찾을 날이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향신료의 여왕, 사프란, 그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치며 달아나고 있다.

콘수에그라에 바람만을 남겨둔 채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마드리드 중심 스페인 광장에서 다시 돈 키호테상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자유 시간을 가졌다. 약간의 쇼핑도 하고 재래시장도 들르고 마요르광장 노천카페에서 아내와 함께 에스페로스 한잔으로 피로를 달랬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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