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관행적인 명절 민심보도 틀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삐딱한 생각은 이번에는 한층 강렬해졌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명절 직전에 민심을 움직이는 이슈가 뚜렷하게 부각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설민심 여론 주도 이슈들은 평화와 경제, 기득권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개념어만 뇌리에 입력만 하면 지체 없이 여론 주도 키워드가 줄을 선다. 특별한 여론주도 변수가 없었던 이번 설민심은 이미 드러나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 전남의 경우는 열외시켜야한다는 이중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전라지역에서는 여론을 가르는 독특한 관점이 존재한다. 관점은 사람의 인식 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우리의 인식활동과 관련된 조건들중 정서적, 환경적인 것에 의한 인식의 차별성이 두드러진 곳이 광주, 전남이다.

비교우위의 진보성향, 여전한 DJ향수, 5.18민주항쟁, 뿌리깊은 피해의식과 지역 개발 낙후에 따른 반감은 독특한 관점을 형성시키는 역동적 힘을 갖는다. 이중성의 근원은 또 있다.

설을 코앞에 두고 광주, 전남을 향한 정부의 선심 폭탄이 집중 투하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1월 28일 한전공대 부지는 나주혁신도시로 확정됐다.

하루뒤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선물이 주어졌다. 인공지능 집적단지(광주),압해-해남화원간 남해안 관광도로, 목포수산식품산업단지(전남)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수십년에 걸쳐 꿈도 꿀 수 없었던 대형 국책 사업계획이 쏟아져 모처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월 2일에는 전 국민의 염원인 광주형일자리 사업 협상이 타결돼 광주시민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천명 직접고용과 1만2천명 간접고용효과가 보장되는 완성차 공장이 광주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지역경제 30%를 떠받들고 있는 기아차 생산지인 광주가 자동차 중심 기업도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경사였다. 전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여론주도 핵심 요소가 설명절 직전에 불거져 광주, 전남 설민심 추이가 주목받았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광주에서 발행되는 지방신문이 전한 설명절 민심은 타 지역과 확실히 달랐다. 대북 정책은 전폭지지하고 문재인 케어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복지와 직결된 소득주도 성장정책도 이해할 수 있다는 여론이 상당했다.

그러면서도 자영업과 소상공인 타격, 청년 실업률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민주당이 정신 바싹차려야 한다는 경고성 주문도 많았다. 평소 대통령 긍정평가 여론추이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광주·전라지역은 문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여론조사에서 1위를 독점해왔다. 초기에는 90% 중반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70%대로 떨어졌지만 역시 지역별 1위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월 5주(1월29-30일) 갤럽 조사에 의하면 문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7%였다. 이중 타 지역은 25-49%대에 머물렀지만 전라(광주, 전남북)만은 77%를 보였다.

전라 지역의 견고한 지지도는 문대통령과 민주당 전체 여론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임을 확인시켜준다.
경이적인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신봉하는 광주·전남사람들은 문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눈부신 인사 우대정책은 여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다. 국무총리, 법무장관, 검찰총장, 농축수산식품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차장, 산림청장 등 광주‧전남 엘리트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다시피했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광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장흥이 고향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뒤쳐진 지역개발 전폭 지원도 사은심을 유발시킨다.

이와 달리 설 연후 직후 ‘5.18진상규명대국민 공청회’를 연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퍼레이드는 지역민의 공분을 폭발시켰다. 북한군 개입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지만원씨는 ‘5.18은 북한군이 주도한 게릴라전’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광주는 북한 안마당, 이른바 광주영웅들은 북한 부역자, 전두환은 영웅’이란말도 서슴치 않았다.

이종명 의원은 “(광주)폭동이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고 했고 당 원내대변인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를 이상한 괴물집단으로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무근한 그들만의 견강부회적 궤변이므로 의원직 상실은 물론 반드시 단죄가 따를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은 특정지역 없는 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호남을 포기한 정당이 아니고서야 민의의 전당에서 이런 광란의 이벤트를 펼칠 수 없다. 

5.18가치를 떠받들면서 아픔을 쓰다듬어주고 지역숙원을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정부, 여당과는 천지간 대조를 이룬다. 보은 심리가 더욱 강력하게 발동하여 여론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발적 의사결정에 의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5.18역사 바로세우기와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버팀목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그 길을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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