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과 천신에 제사 … 이름없는 영령들 넋 위로

올해도 정월 대보름 전날 밤인 지난 18일 강진읍 남포마을 서쪽 도로변에서 천제가 진행됐다. 남포마을 회관에는 땅을 관장하는 신에게 마을의 동쪽인 회관내에서 제사상이 차려졌고 하늘을 관장하는 신에게는 마을의 서쪽인 마을 바깥 도로변에 상이 차려졌다.
 
마을회관내에는 일반적으로 제사상에서 볼 수 있는 익힌 음식들이 차려지는 하늘에 제를 지내는 서쪽에는 모두 날 것들만 올라간다.

채소 대표로 무와 미나리, 조밥이 익히지 않은 상태로 상위에 올라가고 숭어와 소고기, 돼지고기 등도 조리가 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상위에 올라간다.

서쪽 제사상 남쪽에는 금줄을 치고 100여개의 위패가 촘촘하게 세워졌다. 싱싱한 대나무를 쪼개 그 끝에 창호지에 적은 신위란 푯말을 끼워넣었다. 이 위패들은 바다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영령들을 위한 것으로 후손도 없고 이름도 없는 이들중 바다에서 생명을 다한 자들의 넋을 위로한다.

남포마을 천제의 역사는 약 18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남포마을에는 도강 18년 음력 정월에 적은 마을계책이 전해 온다. 도강 18년은 조선시대 말에 해당되는 1838년이다. 마을계책에는 천제를 지내는 방법등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 남포 마을의 천제는 마을주민 이영식씨에 의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내륙은 남포마을은 원래 제주와 오가던 포구 마을이었다. 남포마을주민들도 마을 앞까지 들어온 바다에 나가 잡은 해산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풍랑이나 태풍을 만나 물에 빠져 죽거나 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이들중 후손들이 없는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천제라는 독특한 제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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