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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토종이 힘을 써야 하꺼 신디요”돼지의해 작천 하당마을 권태복씨의 토종 흑돼지 이야기
주희춘 기자  |  ju@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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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1  18: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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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돼지해에는 우리 흑돼지도 흰돼지 처럼 대우받는…”

   
권태복 사장이 자신이 키우는 토종 흑돼지새끼를 힘껏 안아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지난 24일 오후 작천면 하당마을 권태복(70)사장의 집 마당. 권태복 사장이 돼지우리에서 흙돼지 새끼 한 마리를 들고 나오자 개 20여 마리가 짖어대며 권사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개들은 권씨가 가슴에 안고 있던 새끼 돼지의 꼬리를 무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사냥개 처럼 뛰어오르며 돼지의 얼굴을 핱기도 했다. 그때 마다 새끼돼지는 특유의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잠시후 권씨가 새끼돼지를 마당에 내려놓자 이제는 강아지들까지 떼로 모여 들었다. 개짓는 소리와 돼지 울음소리가 아수라장이 됐다. 그때 돼지우리 쪽에서 어미 흙돼지 한 마리가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흙돼지는 큰 소리를 내며 개들을 위협하더니 긴 주둥아리로 개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밀고 밀리는 힘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개들이 새끼 흙돼지로부터 분리됐다.

흙돼지는 주둥이로 어린 돼지의 등을 요리조리 밀치더니 우리쪽으로 바삐 몰고 들어갔다. 개들은 이미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허허허 내가 그런거 보는 재미에 저것들을 키우요”

권태복 사장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개들이 돼지가 우리에서 나오면 되돌아가게 하려고 위협을 하는데 무는 척만 할 뿐 절대 상처를 내본적이 없다고 했다. 돼지들도 개에게 당하는 새끼가 있으면 떼로 몰여 나와 방어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이겨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권태복씨의 집은 동물의 천국이다. 돼지 30여마리, 개 20여마리, 소 50여마리를 키우는데 소는 어쩔수 없이 축사에서 가둬 키우지만 돼지는 자유다. 옛날 창고를 개조한 작은 돼지막이 있지만 맘만 먹으면 밖으로 나와 세상구경을 할 수 있다. 그럴때마다 개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다른 돼지들이 엄호를 하기 때문에 역시 함부로 데들지는 못한다.     

권태복씨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토종 흙돼지를 200여마리 이상까지 키웠다. 20여년전에 85만원으로 어미 흑돼지 네마리를 사서 키운게 시작이었다. 집안에 하룻네 돼지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돼지에게는 짬밥을 먹였다.

200마리를 키우면 하루 2~3톤의 짬밥이 소요됐다. 그 많은 짬밥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교도도가 안정된 수급처였다. 해남교도소와 계약을 해서 하루 2톤씩의 짬밥을 매일같이 공수해 왔다. 밥을 먹인 흙돼지는 고기가 부드러워 판매에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섬사람들이 흑돼지를 좋아해서 여름 복날이나 명절이 오면 알아서 돼지를 가지고 갔다.

그러나 몇 년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돼지사육 기준이 강화되면서 집에서 흙돼지를 키워도 일정한 시설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억원이 들어갈 일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흑돼지 사육두수를 줄였다.
 
큰 것은 팔아가고, 어린 것은 줄여가자 벌써 30여마리로 개체수가 줄었다. 그 와중에 소를 늘려 이제 소 축산인이 됐다. 

권태복씨는 흑돼지가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다. 어미돼지 한 마리가 새끼를 10~15마리까지 낳는데 1년을 키우면 150근(50㎏)이 돼 한마리에 50만원을 받을수 있다. 15마리를 기준으로 잘하면 최고 750만원까지 소득을 올릴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통 어미돼지가 1년에 새끼를 두 번 낳기 때문에 시설 잘해서 잘 먹이고 잘 키우면 어미 한마리에서 최고 1,500만원까지 벌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계산이다. 현실은 난처하다. 밥먹여서 키우는 흑돼지는 도축장에서 도축을 받아 주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료 먹인 돼지보다 오히려 가격을 낮게 쳐준다.

같은 50㎏라도 사료먹인 흰돼지를 50만원 쳐준다면 토종 흑돼지는 20만원 정도다. 일반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고기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래서 토중 흑돼지의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개별적으로 판매하거나 키우는 사람이 직접 식육점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 시장이 넓을 수가 없다.

권태복씨는 “토종돼지 사육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가 않다”며 “그동안 내가 가족들과 먹고 생활한게 흑돼지 덕분인데 이렇게 숫자를 줄여가야해서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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