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귀촌생활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친구

김규현 병영 남성마을 이장이 귀촌이후 도움을 받았던 황규복 병영면이장단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 병영에 귀촌하며 첫 인연
어려운 이웃 돌보는 따뜻한 친구
면이장단장으로서 지역발전 위해 노력
한글학교, 맞춤형 운동 등 주민위해 일하는 모습


나는 원래 작천면 군자리가 고향이다. 작천초등학교와 성전중학교를 졸업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큰 뜻을 품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고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직장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군입대를 하게 됐고 제대후에 잠시 병영 도룡리에 내려와 거주했다. 이때 병영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됐는데 그때 도룡리에 있던 나의 집이 도로확장공사로 인해 헐리게 되면서 다시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이발 기술을 배웠고 자격증을 따서 아이들도 가르치면서 생활했다. 또 서울에서 유아스포츠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중 등산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다리가 부러졌는데 간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간 이식을 받아야만 했다. 2007년 아들로부터 간이식 수술을 받고 몸을 회복하고 휴양차 사업은 아들에게 맡기고 2008년 고향으로 내려왔다. 내려올 때만 하더라도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자리를 잡고 살게 됐다. 강진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고향인 작천이 아니라 병영면에 자리를 잡았다.

병영면에 살게 되면서 친구가 많지 않았기에 마을에서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발소를 자주 찾아가게 됐다. 나도 이발 일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놀다가 황규복 병영면이장단장을 처음 만나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황 단장은 겉모습은 남자다웠고 말투도 다소 거칠었던 점이 인상에 남았다. 첫 인상은 솔직히 그렇게 좋지 않았고 경계를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겪어보니 마음속은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이발소에서 만나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기 위해 영암을 간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나와서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황 단장이 하고 나갔던 것이었다. 이때는 고마우면서도 머릿속에 인상이 많이 남았다.

이후 황 단장을 지켜보면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결같이 주변 사람들을 위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눠먹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어느 날은 내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황 단장이 갑자기 찾아왔다. 갑자기 찾아온 황 단장은 나에게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어 방앗간에서 방아까지 찍은 찹쌀을 들고 왔다. 갑작스럽게 찹쌀을 선물한 황 단장은 그길로 가버렸다.

황규복 병영면이장단장
나는 고향이 강진이긴 하지만 20대이후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기에 강진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거기에 귀촌한 형태이기 때문에 마을주민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노력덕분인지 올해 1월부터는 마을주민들로부터 이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이장일을 하고 있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이장이기에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았다.

모르는 일이 있을 때면 황 단장에게 항상 물어보고 의논하고 있다. 황 단장은 농사도 짓고 면 이장단장을 맡아 병영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소속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봉사도 해야하고 마을 이장일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에 바쁘기 때문에 짜증을 낼법도 하지만 내가 물어볼때마다 항상 자세히 알려주고 내가 나가야할 방향 등을 제시해주고 있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나에게도 항상 조언해주는 말이 있다. “이장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말을 듣게 되고 나쁜 말도 많이 듣게 될텐데 그럴때마다 마음쓰지 말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라”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 말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이장은 주민들에게 큰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상 마을일을 할때 공평해야 하고 시기와 질투하는 말은 마음에 두지 말아라라는 것이었다.

또 마을 이장으로서 면의 이장들의 대표로서 항상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민원해결을 위해 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존경심마저 들정도이다.

매일 아침이면 마을주변을 돌면서 주민들을 살피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찾기도 한다. 또 마을주민들과 자주 소통하며 건의사항이 있을 때면 면이나 군청을 찾아가 직접 건의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항상 자기 일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는 마을과 병영면을 위해 먼저 나서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을주민들을 위해 한글학교를 유치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주민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도 3년째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동 프로그램의 경우 보통 1년정도 운영하면 다음해에는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마을주민들이 원한다는 말을 듣고 관련 부서에 건의해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사실 병영면은 나에게 처음에는 낯선 곳이었다. 친구도 거의 없었다. 이때 황 단장은 나에게 허물없이 다가와 주었고 동갑내기인 덕분에 쉽게 친구가 됐다. 이후 항상 우리집에 오가며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정다운 이웃이자 선배이장, 동네친구로서 우정을 쌓아나가고 있다. 아마 이 친구가 없었다면 내가 병영에서 적응해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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