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기/한국민화뮤지엄 부관장

만추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11월 3일, 한국민화뮤지엄(관장 오석환)에는 두 가지 중요한 행사가 열린다. 개관과 함께 시작해 올해 4회째를 맞이한 ‘한국민화뮤지엄포럼’과 ‘강진민화협회 창립 특별전’이 그것이다.

한국민화뮤지엄포럼은 기존의 민화 전문 포럼에서 주로 조선시대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연구를 다루던 관행을 벗어나 현대민화의 발전 방향성 제시와 판로개척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이는 기타 민화 포럼에서 청중의 대다수가 민화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집중하는 한계를 넘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간 아트페어 등 세계 미술시장의 동향, 전시기법, 저작권 문제 등 현실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내용을 테이블에 올렸다.

전국적으로 민화를 그리는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이다. 혹자는 20만 명에 이른다고도 한다. 이렇게 민화 인구가 많았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화는 여전히 대중화되지 않았다. 조선후기 우리 선조들은 집 구석구석을 민화로 장식했다.

각종 의례의 필수품이자 인테리어, 그리고 소망을 담는 그릇이 민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민화가 걸린 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민화작가의 수적 증가에 ‘그들만의 잔치’라는 혹평이 붙는 이유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한국민화뮤지엄포럼이 시작됐다. 포럼을 통해 작가들에게 미술시장의 생리, 시장 동향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대중들에게 판매가 가능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화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올해 포럼에는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 작가들의 전략을 알아보고 이를 현대민화에 도입하고자 필자가 직접 관련 분야의 발표 한 꼭지를 맡았다. 5~60대의 나이에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는 쩡판즈 (曾梵志, 1964~)나 장샤오강(張曉剛, 1958~)과 같은 중국 현대미술 작가 작품 가격은 100억을 넘은 지 오래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손꼽히는 천재 화가인 겸재(謙齋 鄭敾, 1676~1759)나 단원(金弘道, 1745 ~ 1806?)의 작품이 희소성 면에서 크게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10억이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국 현대미술 시장의 위력은 가히 기함할 정도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는 미술가 500명 중 128명이 중국 작가들인데 이는 미국 82명, 영국 27명에 비교할 때 크게 웃도는 수치로 중국 작가들이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중국 미술의 성장에는 개방 이후 엄청난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시장 상황과 경제력 그리고 국가적 지원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작가, 기획자, 평론가의 팀워크가 있다.

즉, 기획자가 작가를 발굴하여 작품 방향성을 함께 의논하고, 그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세팅하고, 평론가가 작가의 몸값을 띄우는 작업을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분업화 및 전문화가 현대민화계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민화뮤지엄에서는 올해로 2년째 2층 기획전시실과 생활민화관에 3개월 단위로 현대민화 특별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의 전시는 필자가 기획하고, 작가가 그 방향에 맞추어 1~2년간 제작한, 그간 현대민화계에서 한 번도 없었던 시도들이 녹아든 작품으로 특별전들이 기획되어 있다.
 
평범하고, 어떤 민화 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전시는 더 이상 관람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도, 대중들의 구매로 연결되기도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1월 3일에 오프닝 행사를 갖는 강진민화협회 창립 특별전도 한국민화뮤지엄 2층 생활민화관에서 열린다. 강진민화협회의 창립과 그 특별전 개최는 한국민화뮤지엄에게 큰 의미이다.

이미 전국 각지에 지역 단위 민화협회가 설립되어 다양한 개인전 및 단체전을 열며 활동 중이지만 국내 최대 규모 민화 전문 박물관인 한국민화뮤지엄이 위치한 강진에는 유독 그러한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진군 평생학습센터에서 성혜숙 선생의 지도로 성장하고 있는 강진민화협회 회원들은 앞으로 민화의 불모지였던 강진에서 현대민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 특별전은 그 초석을 튼튼하게 다질 수 있도록 박물관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이다.

세계 미술시장이 고조될수록 박물관에 거는 기대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것은 Artprice에서 발표한 2018년 전반기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최근 미술시장의 성장을 도모한 요인 중 하나로 박물관 산업을 지목했다.

세계적으로 매년 700개의 신규 박물관이 생기고 있는데 2000년부터 2014년에 생긴 박물관 수가 지난 2세기 동안 설립된 박물관 수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박물관이 소장할 정도의 작품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미술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물관에 소장할 정도의 작품은 컬렉터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작품이 분명하다. 즉, 박물관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민화뮤지엄에서 공모전을 통해 해온 작업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포럼, 전시 기획, 평론 제공 등을 통해 가능성 있는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민화뮤지엄이 위치한 강진군이 민화의 새로운 고장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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