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서 부처님 이야기나 하려고 합니다”

중앙승가대학서 35년 교수로 재직한 불교사회복지전문가
불교대학 활성화, 정기법회 개최, 사회복지시설등 추진


최근 백련사 주지스님에 취임한 보각스님은 날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며 사는게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965년 추운 겨울 어느날. 나주 영산포터미널에서 거지옷 차림의 모녀가 버스에 올랐다.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의 찢어진 옷사이로 겨울 칼바람이 그대로 들어갔다.

그때 버스 안에서 갑자기 한 소년이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소년은 엄동설한이라 내복을 두 개나 껴입고 있었다. 그런데 런닝셔츠 대신 가장 안쪽에 껴입은 내복이 붉은색이었다.

소년은 붉은색 내복을 벗기 위해 버스 안에서 웃통을 훌훌 다 벗더니 아이엄마에게 옷을 건냈다. 덜컹거리던 차 안에서 박수소리가 터졌다.

그 소년이 바로 이번에 백련사 주지스님에 취임한 보각스님이었다. 신북에 살던 소년은 광주의 중학교에 어머니와 함께 시험을 보러가는 중이었다. 빨간 내복은 어머니가 춥다며 끼워 입혀준 어머니 내복이었다.
 
차에 오르는 안쓰러운 모녀를 보자 어머니가 눈짓을 했다. 소년은 주저없이 웃통을 벗어 내복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때 어머니가 큰 사랑을 가르쳐 주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수행자의 길을 가는 것이나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나… 저는 늘 그것을 어머님의 고마운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스님은 어머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얼마전 인도에 세운 초등학교의 이름을 보광초등학교라고 이름지었다. 자신의 법호와 어머님의 법명을 따온 것이다.

보각주지스님은 불교사회복지학 개척자다. 여러 가지 언론자료를 종합해 보면, 1974년 스님으로서는 최초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중앙승가대학에서 불교사회복지학이 개설되자 교수로 임용돼 35년간 불교사회복지학을 가르쳤고, 현재도 중앙승가대학 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길러낸 스님 제자가 1,000여명에 이르고 불교단체 사회복지 시설의 시설장 80%가 스님의 제자다. 가르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현장에서 실천하며 불교계 복지 시설 확충을 위해 헌신해왔다.

한때 사회문제가 됐던 강원도 원주 소쩍새 마을을 인수해 정상화하고 중앙승가대학의 복지법인 승가원으로 만든 것도 보각스님이다. 경기도 화성 등에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스님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종단차원의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도 보각스님이다. 

스님은 또 명강의로 유명하다. 욕심 갖지 말고 작지만 만족하면서 사는 인생이 잘사는 삶이라는 가르침은 스님이 강연회에서 강조하는 한결같은 주제다. 스님의 강의를 작사가 양인자 씨가 듣고 감동받아 쓴 노래가 김국환의 ‘타타타’다.

스님은 왜 백련사로 오셨을까. 수행 경력으로 봐서 얼마든지 더 큰 절의 주지를 맡을 수 있는 분이다. “고향에서 부처님 이야기나 하려고 합니다” 스님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보각스님은 사회복지전문가이면서 법화경에 정통한 스님으로 평가받는다. 오래전부터 쉬지 않고 법화경을 연구하며 필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련결사가 시작된 백련사에 온 것을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다. 백련결사는 천태종의 법화 신앙과 정토 신앙에 기초한 신앙 결사였기 때문이다.

보각주지스님은 백련사의 조용하지만 큰 변화를 예고했다. 취임하자마자 경내 깊은 곳에 있던 주지실을 사람이 많아 오가는 대웅전 앞쪽으로 옮겼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좀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다.

강진불교대학을 활성화시키고, 기회가 되면 사회복지시설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정기적인 법회를 열어 강진주민들이 편안하게 부처님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의 불교학자들도 불러서 강진에서 학술행사도 자주 열 예정이다. 스님은 “열심히 강진주민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주지스님께 강진주민들에게 전할 법문을 요청했다. “달라이라마 스님께서 ‘내 종교와 신앙은 한가지다. 모든 사람과 생명에게 친절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모두 친절해서 서로 행복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이지요. 자비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소중한 하루하루 살면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노력합시다”주지스님이 다시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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