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숨보다 군민과 교인들을 사랑했던 숭고한 순교자

김근진 전 강진농협 조합장이 강진읍교회 배영석 목사의 추모비 앞에서 그의 업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46년 강진읍교회 담임목사로 부임
YMCA 창립해 지역 청년교육 주도
유치원 활성화시켜 유아교육도 힘써
오늘날 지역에서 필요한 순교정신


누구나 인생길을 되돌아보면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을 알게 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진행되는 삶의 현장에서. 고마운분들, 격려와 도움을 주신분들, 응원과 칭찬을 해주셨던 분들. 이들은 모두 나의 삶을 풍요롭고 긍정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에 있어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소중한 분들 중에서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만나고 공유해야할 故 배영석 목사님을 강진군민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다.

나는 도암면 항촌리 시골농부의 4남 1녀중 2남으로 태어나 60대 이상이면 누구나 겪었던 가난과 배고픔의 아픔을 체험했다. 강진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0세의 어린 나이에 곧바로 도암농협에 입사했다.

이런 어려운 농촌환경의 성장과정을 경험했기에 농업, 농촌, 농업인을 위해 평직원부터 상임이사, 조합장, 농민신문사 감사, 농협중앙회 이사로 근무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후회없는 농협인의 길을 보람으로 여기며 묵묵히 걸어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퇴임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퇴임후 지금은 강진읍에서 4천여평의 임대농지와 2천여평의 내 소유의 농지를 포함해 약 6천여평의 땅에서 농협에 근무할때인 15년전부터 조경수를 키우며 살고 있다.

나의 농장에는 살구, 매화, 복숭아, 사과, 석류, 대추나무 등 20여가지의 나무와 촌닭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벗삼아 세월을 보내고 있다. 바쁘게 살다가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다보니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없었던 자연의 섭리를 만끽하며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나는 순교자인 故 배영석 목사님을 살아생전에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나의 형님인 김영진 의원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배 목사님의 업적에 대해서는 수 차례 들었다.

1950년 8월 배 목사님은 강진읍시장에서 공산군에 의해 공개처형돼 이미 내가 출생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러나 1978년 강진읍교회 청년회원이었던 나는 청년회 활동을 통해 청년회가 주관하고 강진읍교회가 후원하는 28년전 배 목사님의 순교정신을 재조명하는 순교추모비 건립에 동참하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몰랐던 배 목사님의 삶과 순교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큰 충격과 함께 나의 삶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됐다.

1946년 강진읍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신 배영석 목사님은 1945년 해방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눠져 혼란했던 때 우익단체인 국민회의 강진군 부회장으로 활동하셨다.

故 배영석 강진읍교회 목사
이때 배 목사님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 봉사하셨고 강진에 YMCA를 창립해 청년 교육을 선도하셨다. 이뿐만 아니라 강진유치원을 활성화시켜 유아교육에도 전념하시던 중 6.25 전쟁을 겪게 됐다.

그해 7월 24일 강진군의 기관단체장들과 국민회의 간부와 배 목사님은 공산군이 강진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강진을 떠나 해창만에서 배를 대절해 고흥군 금산도로 급히 피난하셨다.

그러나 그 이튿날 배 목사님은 양떼들을 공산군의 위험속에 남겨두고 혼자만 살수 없다고 말하시며 강진으로 다시 되돌아오셨다.

강진으로 돌아오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자 자신의 목숨을 받치셨던 것이다.

수 많은 교인들과 군민들의 권유에도 피하지 않고 군민들과 함께 계셨던 배 목사님은 8월 4일 도암 만덕교회에서 체포돼 강진내무서(현재 강진경찰서)에 2일간 수감당하셨다.

2일 후인 8월 6일 강진읍시장에서 인민재판에 회부돼 포승줄로 손을 묶히고 눈이 가려진채 인민군의 총에 의해 공개처형 당하셨다. 당시 배 목사님의 나이는 47세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4남 3녀의 자녀들의 아버지로서 가족과 자신의 생명보다 교인들과 강진군민들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시며 순교당하신 배 목사님의 삶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1979년 8월 4일 배 목사님의 순교 30주년이 되는 날 강진읍교회 마당에 순교기념비가 세워졌다.  비를 세울 당시에 비문의 추모시는 나의 형님이 지으셨다.

추모비가 세워진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매년 8월 첫주 주일날이면 배 목사님의 순교정신을 기리는 추모예배와 순교정신을 기리는 강진군민 배구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교회 학생부에서는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서 이러한 행사들을 통해 배 목사님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매주 일요일이면 한주도 빠짐없이 교회정문 좌측에 서 있는 故 배영석 목사님 순교기념비를 보면서 한주간의 삶을 되돌아보고 늘 부끄럽고 내 자신을 책망하면서 목사님의 삶을 닮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사람이 흘릴수 있는 땀, 눈물, 피중에서 배영석 목사님처럼 강진읍교회 교인들과 강진군민을 위해 땀과 눈물, 피(생명)까지 받치지는 못할지언정 남을 위해 땀이라도 흘릴 수 있는 참된 길을 갈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배 목사님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래본다. <정리=오기안 기자>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