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천초등학교 2학년 재학중 배점례(83), 윤정님(72), 이순님(78) 할머니의 만학열

학교 지원속 즐겁게 학교 생활

작천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좌측부터 배점례, 윤정님, 이순심 할머니가 같은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들은 배움의 대한 열망때문에 지난해 1학년에 입학해 올해로 2학년이 됐다.
지난 17일 찾아간 작천초등학교. 커다란 팽나무와 멀리 월출산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학교이다. 한창 수업이 진행중인 교실에서는 떠들썩한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학교와 다를바 없지만 2학년 1반 교실을 살펴보면 여느 학교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학교 2학년은 8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그중 4명이 일반 9살의 학생이 아닌 70대와 80대의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은 작천 교동마을의 배점례(83), 윤정님(72) 할머니와 상남마을 이순심(78), 용정 조모덕(86) 할머니이다. 현재 조모덕 할머니는 심장수술 후유증으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고 있어 3명의 할머니들만 손자뻘인 4명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아이들과 함께 국어, 산수, 영어, 한자 등 정규 교과목을 선생님에게 배우고 체육시간에는 밖에서 야외활동도 함께 한다. 할머니들은 손자뻘인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서 배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한다.

할머니들이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역시 어렸을 때 집안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사실이 평생에 한이 맺혔기때문이었다. 이들 할머니들은 각자 마을은 다르지만 모두 작천교회를 다니는 교인들이다.

이들 할머니들은 작천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던 이혜심 안수집사가 할머니들의 평소 소망을 알고 있었기에 학교 입학을 적극 권유했다. 뒤늦게 어린 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다닌다는 것이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처럼 할머니들의 입학은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가는 면단위 학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지난 2015년 3월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신일섭 교장이 할머니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고 이를 알고 있던 이혜심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할머니들에게 권유한 것이었다.

이들 할머니들은 오전 8시에 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오후 4시40분에 하교하기까지 모든 교육과정에 동참한다. 방과후학습과 돌봄교실까지 빠짐없이 참여한다.

젊었을 때보다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는 탓에 그날 배운 것들을 집에서 복습을 하고 미리 다음날 배울 것들도 예습을 한다. 방과후교실에서는 영어수업에 참여해 알파벳을 익히고 있고 한문시간에는 어려운 한자를 익힌다. 또 그날그날 일기를 쓰며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한다.

배점례 할머니는 젊은 시절 야학에 1년정도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한글을 읽고 쓸줄을 알지만 쌍받침이 있는 글자들은 여전히 어려워 한다. 또 윤정님 할머니는 당시 상황이 남자아이의 경우 모두 학교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여자아이들의 경우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윤 할머니는 어렵게 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다니던 도중 갑자기 몸이 아파서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다.

이순심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옴천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전쟁상황속에서 학교를 계속 다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처럼 이들 할머니들은 모두 각자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배움에 한이 맺혔던 것이다.

할머니들의 입학으로 학교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할머니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2학년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할머니들은 쉬는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과 실뜨기나 공기놀이 등 예전 전통놀이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처럼 70~80대 할머니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지역에서도 많이 알려지면서 이들 할머니들은 유명인사가 됐다. 작천면에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 할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응원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가장 고민은 역시 산수와 영어이다. 산수에서도 구구단은 일반 9살의 아이들에게도 어렵다. 아무리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탓에 어려움을 있지만 배운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또 영어의 경우도 알파벳을 배우고 있는 단계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가장 큰 소망은 역시 건강이다. 지난해 함께 입학했던 조모덕 할머니가 수술후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최근에는 좋은 음식을 먹고 체력관리에 힘쓰고 있고 학교에서도 교장과 담임교사도 할머니들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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