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도로변 인도 설치, 현재 13그루 고사 위기

벚나무 특성 무시, 업무협조 이뤄지지 않아

군동 금곡사 가는 길목에 벚나무들중 인도가 설치된 쪽 나무는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고 반대편은 잎이 무성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나무를 고려하지 않고 사람의 편의만을 고려해 인도를 설치하면서 강진의 명물 중 하나인 군동 금곡사 벚꽃길의 나무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1일 찾아간 금곡사 벚꽃길. 이 곳의 나무들에게 최근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동 문화마을에서 차를 타고 까치내재를 향해 오르다 보면 도로를 기준으로 인도가 설치돼 있는 쪽 나무들은 이미 낙엽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많은 반면 도로 반대편 인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나무들은 아직 푸른 잎이 남아 있었다.

인도를 설치한 쪽 나무들 중 잎이 남아 있는 나무들도 잎이 시들거나 누렇게 말라버린 것들이 많아 반대편 나무와 비교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보은재가복지센터 앞부터 금곡사 부근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인도가 설치된 곳의 나무 중 13 그루 정도가 잎이 하나도 없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한마디로 벚꽃길에 인도가 설치되면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금곡사 벚꽃길은 매년 봄이면 화사한 벚꽃이 만개해 사람들이 봄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이 곳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한다. 최근에는 이 곳에서 작은 콘서트가 개최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벚꽃을 소재로 작은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 길은 1992년부터 2년 동안 군청 공직자들이 휴일을 반납해가며 직접 만든 길이다. 당시 공직자들은 강진에 꽃길을 조성해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길이다.

나무에 긴급처방한 영양제.
당시 공직자들은 벚나무 묘목을 구하기 위해 전국에 수소문한 끝에 제주도까지 가서 600여주의 묘목을 구해 직접 땅을 파고 인근 야산에서 마사토를 파서 들것으로 옮겨 나무를 심고 지주를 세웠다. 이후에도 나무에 각각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달아 관리하게 한 끝에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이 곳 벚꽃길에 인도가 설치됐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걸어가면서 꽃구경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강진군에서는 전남도청 도로관리사업소에 인도 설치를 건의했다.

이후 도비가 투입돼 보은재가복지센터 앞부터 금곡사까지 도로변 한쪽에 인도를 설치했다. 1차적으로 금곡사에서 워커힐모텔 부근까지 인도를 설치했고 이후 추가적으로 남은 부분에도 인도를 설치했다.

문제는 인도를 설치하면서 강진의 명물인 벚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설치를 건의했던 사업부서에서는 나무에 관해 고려하지도 않았고 가로수 관리 부서와도 업무협조를 통해 나무의 성장에 이상이 없을 것인가에 대해 문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 전문가들도 벚꽃길에 인도를 설치한 것은 나무의 성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벚나무의 경우 나무의 뿌리가 지표면으로부터 20~30㎝ 아래에 있는데 그 위에 1~2m정도를 흙이나 쇄석 등으로 덮어버리면 나무가 살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벚꽃길의 인도는 2번이나 다시 공사를 다시 했다. 처음에는 나무를 제외하고 모두 인도석으로 덮어버렸다가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무 주위의 인도석을 제거하고 흙으로 덮는 방식으로 바꿨다.

최근에 나무가 고사위기에 처하면서 나무 주변에 원형 관을 설치하고 쇄석을 제거하고 나무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했고 영양제도 투입한 상황이다. 군에서는 추후 조치로 고사한 나무에 대해서는 제거후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어 교체해 벚꽃길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도의 경우 가로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서간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진읍의 뉴캐슬아파트 앞 상가의 경우 인도가 비좁은 상황에서도 가로수를 식재하면서 인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부서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추후에 인도의 가로수는 제거됐다. 이번 벚꽃길의 인도의 경우에도 사전에 인도설치 건의 과정에서 가로수 관리 부서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부서간 협조와 의견교환 등이 필요해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관계자는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해 인도를 설치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무의 성장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일단 비상조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나무가 안정화될 때까지 지켜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무주변에 톱밥 등을 채울 생각이며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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