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필/극단 청자 대표

서울 수도권 생활을 접고 여기 강진에 내려온 건 사실 제 아이들을 시골에서 교육시켜야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이후 여기 강진, 고향으로 귀농을 결정하고 귀향한지 벌써 4년이 다 돼갑니다.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는 예술강사라는 신분으로 전국 어디를 가든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저의 직장 환경도 이곳에 정착할 수 있었던 큰 힘이었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속담처럼, 여기 강진에 와서 농사도 지어보고, 귀농 활동을 하면서도, 지역 사회에서도 연극에 대한 필요성과 절박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제 첫 인상으론 강진은 음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매우 인상 깊은 곳이었고, 우리 전남은 국악과 문학, 그리고 미술에 관해 매우 전통이 깊고, 애정이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왜 그러지는 모르지만 타 지역에 비해 아쉽게도 연극이라는 장르에 관해서는 너무도 일반대중들의 이해가 부족하고, 관심도 적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한국 연극의 씨종자 역할을 했고, 짧은 삶 자체가 연극이었던 김우진 작가도 목포 출신이고, 이후 한국 연극을 이끌었던 ‘산불’의 차범석, ‘만선’의 천승세 작가들도 모두 우리 남도 출신들인데, 이런 현상이 참 아쉬웠습니다. 우리 강진의 자랑 시인 영랑 선생도 연극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었다 하고, 특히 러시아 연극 작가 체홉을 너무나 좋아하여, 그의 장녀의 이름을 ‘애노’라 작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저는 이미 서울에서 TV탤런트와 CF활동을 하고 있었고, 연극은 충남에서 전통 깊은 극단 생활을 오래하고 있고, 그곳에서 여러 성과 (2015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국제 연극제 금상 수상)와 활동을 축척한 상황이라서, 굳이 이곳 최남단 강진까지 내려와서 새롭게 연극과 극단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엔 없었습니다. 생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꾸어 나가는 게, 말이 쉽지 얼마나 많은 공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미 서울과 충남에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목적처럼 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가르치고, 농사도 좀 배우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슬슬 꾼으로서 본능적인 오기가 좀 발동했다고 할까요. 그래도 내 고향인데 하면서 우리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애착이 생기더라구요. 작년 초부터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부랴부랴 극단을 설립하고, 함께할 회원을 모집하고자, 강진군의 도움으로 강진아트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탈춤마당극반을 개설하고, 평생학습관 연극반을 개설하면서, 우리 강진 지역민들과 공식적으로 연극(마당극)이라는 장에서 만남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 생소했지만, 물 만난 고기떼처럼 우리 지역민들도 점차 관심을 가져주시고, 특히 몇몇 분들은 ‘이렇게 재밌고 소중한 연극(마당극)을 왜 그 동안 모르고 살았을까?’ 하시면서 너무도 열성을 보여주셔서, 작년에 이어 올해는 좀 더 큰 연극 공연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9월 10일, 11일에 강진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춤이 보이는 연극. 곰스크로 가는 기차’ 라는 연극은 원래 독일 소설입니다. 우연히 어느 시골 마을에 정착한 젊은 부부의 삶과 갈등,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시공을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 강진에 정착하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귀농 귀향인들 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이번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였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의 본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춤과 음악을 맛깔스럽게 버무려보는 게 제 연출 의도입니다.

극단 청자는 이번 공연과 함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우리 강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해남 우수영 지역 설화를 가지고 창작 무용극 공연을 제작 발표하였고, 올 가을엔 우리 강진의 이야기 사의재 주모이야기를 가지고 탈춤 마당극 형식을 활용하여 우리 군민들을 만나 뵐까 합니다. 내년엔 좀 더 크게 세련된 환경을 마련하여, 우리 지역 예술인과 함께 공동작업을 통해 고려청자 무명도공 이야기를 구상중입니다. 정수사 큰 스님의 간곡한 염원과 함께, ‘극단 청자’라는 극단 브랜드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극단 청자는 달립니다. 우리 군민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강진 군민들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고, 가장 지역적인 예술이 가장 세계적인 예술이 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목격할 것입니다. 1000년 전 이곳 옛 무명 도공들이 만들었던 그 바람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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