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다산기념관 다산교육전문관

오늘날 자녀교육은 부모들 삶의 전체인양 매달리는 양상이다. 특히, 더 배우고 더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심하다. 급기야 의사부모가 자녀의  시험지를 빼돌려 학력점수를 높이려다가 발각되어 세상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다산은 유배 18년 동안 강진에 있으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고 4서3경을 통해서 자신을 수양했고 일표이서를 통해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저술 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면서 다산은 고향에 두고 온 두아들에게 끊임없이 서신을 통하여 교육을 시켰고, 유배지 강진에서는 유배 초기부터 강진읍내 아이들과 다산초당에서 양반자녀들을 모아서 가르쳤다. 그래서 1818년 해배되어 고향에 돌아갈 때는 다신계를 조직하여 다산과 제자들 간의 유대를 지속하도록 하였다. 

당시 유배지 강진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뻔하다. 한양 고관의 자녀들과 비교하면 가난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촌락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을 보듬어서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백성들의 피폐한 삶을 지켜보면서 다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아이들을 가르쳐서라도 자신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다하자는 심정으로 강진읍내 아이들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중에서 읍내 제자였던 황상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   조급한 자녀교육으로 우리의 삶을 통째로 빼앗기고 있는 우리의 부모들은 물론 우리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다산은 학동 황상을 눈 여겨 보다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큰 사람이 된다”고 다독였다. 황상이 답한다. “저는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 막혔고, 답답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공부할 수 있을까요?” 다산은 답한다. “민첩하게 금방 외우면 제 머리를 믿고 소홀해 금방 잊기 쉽다. 예리하게 글을 잘 짓는 사람은 재주를 못 이겨 들떠 날리는 게 문제다. 자꾸 튀려고만 하고, 진중하고 듬직한 맛이 없다.  깨달음이 바른 이는 대번에 깨닫지만 투철하지 않고 대충하고 마니까 오래가지 못한다. 내 생각에 공부는 오히려 너 같은 아이가 해야 한다.
(다산 : 증산석, 정민-다산의 제자교육법)

200여년이 지난 글이지만, 지금 읽어봐도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글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자녀들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부모들의 조급증이 문제다. 그래서 이글은 먼저 우리 부모들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제자 황상은 다산이  스승처럼 생각했던 둘째형 정약전이 월출산 아래서 이 같은 문장을 쓴 사람이 어디 있냐며 칭찬한 유일한 제자가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산의 가르침을 따랐던 제자였으며, 다산이 세상을 뜨기 직전에 강진에서 마제까지 올라가서 문안을 드린 제자로 다산이 돌아가는 황상에게 붓, 먹, 부채, 노비 2냥을 주며 써준 글을 마지막 선물로 받은 유일한 제자다.

황상은 문안 후 돌아오는 길에 다산의 부고 소식을 듣고 되돌아가 다산의 아들과 함께 상을 치른 제자이다.  이후 황상은 다산의 아들 학연, 학유와 정황계를 맺어 서로의 집안이 정을 나누며 살았다. 그리고 당대의 석학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와 학문적 교우관계를 맺을 만큼 학문적 내공을 인정받는 학자였다.

자신도 없고 나약한 제자 황상을 이렇게 성장토록 한 것은 서둘지 않고   그의 장점을 발견하여 끝까지 보살펴준 다산의 교육적 사고이다. 진정한   교육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자녀교육에 너무나 성급한 오늘날 우리 주변을 바라보며 200여년 전 다산이 자신도 없고 망설이던 황상을 가장 훌륭한 제자로 성장 할 수 있도록 한 다산의 제자교육법을 다시한번 마음에 되새겨 보며 우리 자녀들의 미래 교육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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