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강진사회가 충격에 빠져있다. 변사 상태와 은닉 장소에서 추정되듯 완전범죄를 노린 엽기적인 계획범죄임이 드러나 넋을 잃게 한다. 사촌의 가치를 인정해 온 이웃도 잠재적 범죄자라는 불신과 그에 따른 공분에 휩싸인 강진의 충격파는 전국으로 번졌다.

당락 희비가 엇갈린 지방선거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던 때에 발생한 여고생 실종사건은 대한민국 언론매체가 일제히 중요기사로 다루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스터리가 꼬리를 물고 2000년대 초 2명의 초등학생 실종사건과의 연관성도 제기됐다.

게다가 범행추정자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다른 여고생도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하다는 설도 불거져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겼다. 강진경찰은 지난 6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범행추정자 김모씨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했지만 미스터리는 더해졌다.

강진여고생 살인 사건은 상당기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친구의 딸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반인륜적 이고 싸이코패스적 범죄성향도 의심해볼만하다. 어찌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쉽게 잠재울수 있겠는가.

피의자로 특정짓는 몇가지 물증은 확보했지만 범행 동기와 경위, 사인과 수법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쌍방이 숨진 상태여서 유의미한 증언과 물증확보가 어렵다. 범행수법으로 보아 동종 전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도 호기심을 키운다.

피의자가 사망함으로서 공소권이 소멸되었지만 엽기적 사건의 재발방지와 강력사건 범의 억제차원에서 사건 해결의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상당기간 국민적 관심속에 갖히게 됐다.

무고한 여고생의 참변과 부모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떠올리면 누군들 안타가운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 것이다. 공분과 허탈감도 따라붙는다. 강진에 대한 이미지 손상은 또 어떻게 회복할것인지, 군민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온 군민이 협력하여 쌓아올린 남도답사1번지 관광이미지 훼손은 단기간에 복원할 수 없어 엄청난 타격이다.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따라다니는 강진(强震)이라는 표현마저도 삼가달라며 거부감을 보여온 군민들의 심사는 불편하다.

강진군수 이·취임 과정에서도 침울한 분위기가 읽혀진다. 관광부흥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강진원 군수는 퇴임식장에서 절제된 처신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임하는 군수의 뜻에 따라 감사패·공로패·축하화환·꽃다발 등도 받지 않았고 전달식도 생략했다. 당초 이임식은 강진아트홀 대공연장에서 많은 군민과 함께 축하할 계획이었다.

신임 이승옥 군수도 장마피해를 이유로 취임식을 생략하고 바로 현장에 나섰지만 여고생 참변에 따른 무거운 분위기가 참작되었을 것같다. 많은 군민들을 초청 이취임식을 갖는게 바람직한데 통합을 다질 군민축제가 되지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강진여고생 비극의 무대는 도암면이다. 범인은 성전면에서 강진읍을 거쳐 도암으로 이동한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는 도암 매봉산 정상아래 으슥한 곳에서 발견됐다. 강진 3대 관광명소가운데 다산초당과 가우도가 도암면에 속해있다. 핵심관광자원으로 다산초당과 고려청자가 꼽혀왔다. 그러다 집중개발된 가우도가 전국적 명소로 부각되면서 순수한 관광목적으로 가우도를 더 많이 찾는다고한다.

매년 청자 축제가열린 대구면청자촌도 가우도와 가깝다. 사실상 도암 관광벨트다. 관광명소인 완도와 해남 갈림 길목인 이곳은 신전면 주작산과 이어진 덕룡산을 품고 있다. 그 산아래 힐링 휴양림과 산뜻한 팬션이 들어서 여름이면 예약하기어려울정도로 인기 절정이다. 도암면은 명실상부한 강진관광의 허브인 것이다.

다중살상과 엽기적 사건이 잦은 관광지를 꺼리는 건 보편적인 여행심리다. 영토없는 크루드족의 공격과 이슬람 폭탄테러에 노출되어있는 터키, 한국인이 자주 희생되고있는 필린핀, 마약범들과 총격전이 잦은 멕시코 여행을 꺼리는 데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한때 연쇄적으로 여성 10명이 살해된 화성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잔재는 지금도 남아있다. 강진 관광허브에 대한 외지인의 마인드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준 비교사례다.

실추된 강진 이미지 복원, 군민 상실감 치유와 통합이 화급한 과제가 되었다. 선거로 갈라진 민심수습도 벅찬 터에 돌발 참사마져 겹쳐 군민 통합을 어렵게하고 있다. 당장 오는 28일 개최되는 청자축제가 예년같은 분위기를 이어갈지 불안스럽다. 홍보강화와 유흥분위기에 빠져들지 않도록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야심찬 비젼과 정책을 제시하고 지역발전과 군민 소득증대를 다짐했던 이승옥 군수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강진 민심동요의 근원은 단순 명확하다. 그러므로 무겁게 가라앉은 지역사회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응급처방도 복잡하지 않을것이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사망한 특수성 때문에 수사상 명쾌한 해결은 기대밖이다. 따라서 행정력을 통한 민심수습이 최대과제로남는다. 지금도 국내 언론의 상위 관심사인 강진 사건은 이승옥 군수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비극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