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우수상, 송 윤 아 (강진고등학교 3학년)

태어나고 걸을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중학생이 된 우리 쌍둥이!

오늘은 언니가 편지를 써봤어 아마 이렇게 길게는 처음일 거 같네. 태어나서 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희도 크고 나도 커서 벌써 중학생이고 고3이야.

5살 나이차이가 난다지만 이 언니가 조금 덜 커서인지 너희랑 정신연령이 맞았을 수도 있어.

조금 더 어릴 때는 선생님 놀이도 자주 하고 인형놀이도 하고 조금 더 어릴 때는 숨바꼭질도 하고 엄마놀이, 비행기 승무원 놀이, 재미있는 동영상 만들기 놀이. 별의별 놀이들 다하고 늘 재밌었는데 이제는 그런 놀이 해본지가 오랜 것 같아서 많이 아쉽기도 하다.

그러던 중에 싸우기도 싸웠었지 한 두 대 서로 때리기도 했지만 몸싸움보다는 말싸움을 했었지 정말 유치원생들처럼 별 것도 아니었는데 말야.

너희가 커가면서 때리는 게 세져서 나도 살짝 아팠지만 그래도 내가 5살이나 더 많으니 내가 화나서 때렸을 때는 너희가 많이 아팠겠지 그러고 나서는 미안해서 때려서 병주고 약주는 거 같지만 미안하다며 안아준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훨씬 더 마음이 아팠어.

내 눈에는 늘 귀엽고 지켜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동생들인데 싸울 때는 나쁜 마음이 드나봐 욕은 안 해도 마음에도 없는 소리, 유치한 소리로 상처만 주고.. 그래도 귀여운 너희들을 내가 때리고 나서는 나중에라도 후회했어 우리가 몸싸움은 많이 안해서 다행이야 그럼 나도 많이 마음이 아팠을거야.

다른 형제자매들은 더 자주 싸우고 욕하고 서로가 밉다며 ‘오빠나 언니있는 거? 안 좋아’,‘동생? 진짜 얄미워 어제도 싸웠어’ 이러던데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되더라. 언니나 오빠였으면 나도 다른 얘들과 같았을 수도 있는데 너희는 동생이고 게다가 귀엽기까지 해서 얄미운적은 있어도 미운적은 없었어.

그래도 5살차이가 난다고 그런가 내 눈에는 너희가 귀엽지 않은 적이 없더라 내가 맨날 귀엽다하고 안아버리고 그러는거 다 진심인데 몰랐지?

나는 너희가 귀여워서 안아버리고 싶은데 윤수는 기분이 좋으면 장난치면서 안아주고 넘어가는데 기분이 안 좋으면 가버리고 윤지는 요즘 나를 되게 귀찮아 하더라?

어제도 평소처럼 야자 끝나고 10시에 집에 와서 안아달라니까 ‘아 맨날 안아달래’ 이러고! 이제 사춘기가 오는건가.. 그래도 맨날 안아달라 할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너희 이제 나랑 점점 안 놀고 둘이 맨날 같이 있으니까 공유하고 친구들 집에 데려와서 더 놀잖아 그러니까 안아달라 할거야. 그래야 내가 해리포터도 사주지 내가 한전가면 꼭 해리포터 이쁜 표지로 전권 사줄게. 윤지하고 약속했던 거니까.
 
윤지 너 해리포터 10번 20번 그만 좀 읽어ㅋㅋ 해리포터에 갑자기 빠져가지고는. 난 그래도 그렇게 책 여러번 읽기는 못하겠다. 윤수 너도 윤지 같이 소원이나 이루고 싶은 거 있음 말해. 해줄 수 있는 선에서 해줄테니까. 한전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에서 돈 괜찮게 벌면 다 해줄게.

다음에 놀러도 가보자. 우리가 광주 같은데서 엄마아빠랑 따로 떨어져서 옷사고 먹을거먹고 구경해본 적은 없잖아. 나중에 진짜 그렇게 놀면 신기하겠다. 내가 너희들의 언니니까 앞으로는 더더 언니같은 행동하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할게. 이제 나도 어른이 되니까. 너희에게 고맙기도 하고 잘 해주고 싶어.

이렇게 진심으로 편지 쓰니까 쓸 때는 모르겠는데 이걸 읽을 너희들 생각하니까 부끄럽기도 해. 으윽. 그래도 어쨌든 내 쌍둥이 동생 해줘서 고마워. 너희랑 앞으로 더더욱 많이 볼거지만 앞으로 내가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얻고 아마 결혼을 하면 지금보다 너희를 더 못 볼 수 있을 거 같아.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실시간으로 사진 찍고 많이 보고 놀러가고 하자. 내가 대학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아빠 속 안 썩이고 적성 맞고 돈 잘 버는데 가서 너희 즐겁게 해준다. 내 삶의 모티브는 재밌게 살기니까 말이야. 너희도 같이 실천하자. 지금까지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너희한테 엔도르핀 얻은 게 꽤 많은 것 같아.

생각해보니 윤수 윤지 너희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안식처가 되고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준 게 많은 것 같아. 역시 다 너희가 귀여워서야. 내 동생 해줘서 고마워 다음에 내 언니들로 나타나줘도 좋아. 난 기꺼이 동생할 자신있어. 사실 장녀노릇 힘들더라. 조금 언니같지 않은 적 많았지?

철도 덜들고 엄마아빠랑 싸우기도 하고 그냥 너희들 친구 같았을 수도 있겠다. 어쩌겠어. 나도 인생 처음 살아보고 사실 동생 하고 싶어. 윤수는 모르겠는데 윤지가 확실히 언니같고 어른스럽고눈치도 있고 엄마아빠한테 잘하니까 다음에는 우리 엄마 아빠 밑에서 윤지가 장녀하고 내가 둘째하고 윤수가 막내하면 되겠다. 윤수가 애교도 있고 딱 막내네.

윤지 너만 막내에서 젤 큰언니로 올라가면 되겠다. 진짜 이게 잘 어울리는 거 같네. 그래서 또 우리 재밌게 놀자! 우리 어릴 때처럼 놀러도 많이 가고 엄마 아빠 계모임도 많이 하고 어울려 놀고. 하지만 딱 한가지 빼고 싶은 게 있다면 차에서 싸우는 거랄까. 나는 누구일까요 게임이나 딸기가 좋아 게임, 훈민정음 게임, 아파트 게임, 아이엠그라운드, 369.. 늘 잘 놀다가 한 번씩 다툰단 말이지. 지금 그냥 생각해보니까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도 안나.

우리 뭐 때문에 싸웠지? 너희도 기억 안나지. 진짜 어디 놀러가서 최소 한 번은 싸운 것 같네.
그러다 엄마 아빠한테 혼나고 어느순간 붙어서 놀고 있고. 이것도 이제 다 추억인가. 곧 주말이나 쉬는 날 가족 모두 놀러가는 일이 드물어지겠지. 아니다 너희는 아직 몇 년 남았으니까 거기서 나만 빠지는 건가. 나 혼자 지내기 싫은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너희 옆에서 자고 싶은데 너희 잠잘 때 몰래 손잡고 같이 자고 싶은데. 나의 힐링 중 하나인데 이제 없겠네. 그래 고등학교 때 죽을 둥 살 둥 안 했으니까 대학 가서는 더 공부에 전념해서 열심히 한 다음에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가족 모두 다시 다 같이 살까?
 
옆집에서 강아지 키우고 같이 살까? 아직 이 언니도 고3이고 곧 어른이 되고 대학에 가게 될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아 윤수 윤지야 그래도 우리 각자 꿈을 꾸고 서로 응원해주고 꿈을 이루고 잘 살거야 그렇지? 지금은 내가 언니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말할게. 내 가족해줘서 고마워 우리가족 우리 윤수 윤지 사랑해 영원히 서로 사랑하며 살자 귀여운 내 동생들! 다음에 또 이렇게 편지 써줄게. 너희도 써주면 좋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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