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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띠우는 사랑의 편지]
어머니… 이제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일반부 우수상 신평식(강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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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2  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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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보통 시골어머니들이 시집오기 전에 살았던 지역이름을 택호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한골’이 어디에 있을까? 지도에서 찾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골’이란 지명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왜냐면, 우리 엄마 택호는 꽃다운 나이에 한골목에서 시집와 붙여진 택호이기 때문이었지요. 같은 골목에서 서당훈장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유독 키가 작고 똘똘한 여자가 있었다는데 그 분이 어머니 당신이셨다지요.

시댁과 친정이 넉넉지 못한 살림인지라 어머니 당신의 삶은 삼남삼녀 저희 육남매를 낳으시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삶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딸들은 대학진학은 고사하고 어린나이에 고등학교조차 산업전선에서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했구요.

어머니께서는 이런 어려운 형편에 한 푼이라도 벌어보고자 한 동네에서 먼저 5일장 생선장사를 하신 분을 따라 장사를 배우시면서 30여년 동안 장흥장, 대덕장, 관산장은 물론 병영장까지 매일 눈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4km 고향 신작로 길을 새벽바람 맞으며 시장통 좌판에서 장을 보시면서 늦은 저녁까지 저희들 기죽지않게 키우시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셨지요.

그러다가 30여 년 전, 85년 가을, 둘째딸 결혼도 시키지 못했는데, 막내아들 아직 초등학교 졸업도 못했는데 갑자기 남편을 여의고 말았습니다.

그 충격으로 모든 집안일에서 손과 정신을 놓으신 시어머니와 함께 참 모질고 험한 세월을 버텨주시고 이겨내셨습니다. 그런 와중에 없는 살림에 처음으로 대학이라고 들어간 저는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신 어머니와 같은 분들은 대접받지 못하고 온갖 부조리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잘 살아가는 세상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세상을 바꿔보려다가 오히려 어머니 당신의 가슴에 더 없는 대못을 박았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온갖 풍파에도 잘 이겨내주셨던 우리 어머니,

당신께서는 1999년 초겨울, 몹시도 심하게 아프셨습니다. 우리 육남매를 낳으시고 키우시면서 항상 큰 우산이 되어주시던 어머니 당신이 정작 아파 누워계실 때는 가까이에 아무도 없다는 현실이 몹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직장을 이곳 어머니 품으로 올 수 있도록 이끌었던 분도 당신이셨고, 천금같은 아내를 만나 세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것도 젖먹이부터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펴 길러주신 어머니 당신이 아니었으면 어찌 가능할 수 있었겠습니까?

큰누나는 경상도로, 둘째누나는 멀리 충청도로, 그리고 몇 해 지나 막내누나는 더 멀리 강원도 인제로 시집 보내면서 북적였던 명절 날 우리 집은 어느 순간부터 조촐하게 삼형제로만 채워졌습니다. 늦장가를 간 막내도 둘째손주까지 낳으면서 다시금 북적이는 시절이 돌아왔건만 야속한 세월은 어머니 당신의 육신을 그냥 두지 않고 해가 거듭할수록 힘들게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3년 전, 팔순잔치 기억하시지요? 전국 각지에 흩어진 당신의 자녀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한사코 ‘몸뚱이도 불편한 디 뭐하러 잔치를 할라고 했쌌냐?’하시면서도 흐뭇하게 웃어주셨습니다. 우리 육남매 비록 몸은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어 마음뿐이었지만 항상 어머니를 생각하는 여섯 개의 우산이 되어드리려 노력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 엄마 없는 세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일찍 가신 아버지의 몫까지 오래토록 저희 곁에 함께 해주시리라 믿었지요.

하지만, 세월의 야속함은 우리들의 간절한 바램을 송두리째 흩어놓고 말았습니다. 올 초 대장암 선고! 청천벽력이었습니다.

1년 전 집 앞 교통사고로 발목골절이 심하였으나 삶에 대한 강한 의지로 기적같이 회생하신 당신을 보았지만 대장암 응급처치이후 시간이 갈수록 곡기를 못하시고 복수가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당신을 보내드려야할 시간이 되었음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떠나기 몇 일 전, 공원묘지에 계신 아버지께 다녀왔습니다. 아버지께 술 한잔 드리며 그 동안 긴 세월 기다림의 끝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드리고 옆에 오시거든 너무 늦게 왔다 탓하지 마시고 반갑게 맞으시라.

그렇다고 너무 재촉은 마시라. 그 동안 고생했다 위로해주시고 그곳에서 못 나누었던 정 듬뿍 나누실 준비하시라. 지난 4월 23일, 당신은 육신의 고통을 뒤로 하고 편안한 미소를 보이시면서 우리 곁을 떠나 공원묘지에 계신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꿈속에 나타나 주셨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셨습니다. 동네분들과 여행을 떠나신다고 하셨지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 동안 저의 어머니로 계셔주셔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천국에서 늘 우리 육남매를 지켜봐주세요.
2018. 5. 29  둘째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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