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남동댁’의 안타까운 사연

뒷산 텃밭에 가다 사고, 구조 손길도 못건네 보고 숨져
농촌에서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대책 시급 


사고 접수후 곧바로 현장에 온 경찰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앞쪽이 남동댁이 사고를 당한 4륜 오토바이다.
남동댁(76. 도암면)이 마지막으로 마을 주민들의 눈에 띤 것은 지난 4일 오후 4시 쯤이었다. 마을 인근 좁은 도로에서 타고가던 4륜 오토바이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기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두시간 후, 남동댁은 텃밭으로 가는 산길에서 오토바이에 짓눌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밭에 마늘을 캐러가다 남동댁을 발견한 주민이 급히 119에 신고했고 남동댁을 누르고 있던 4륜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웠다.

곧바로 구급차와 경찰차가 달려왔지만 남동댁은 깨어나지 못했다. 남동댁은 한시간 넘게 250㎏이 넘는 4륜 오토바이에 급소를 짓눌리고 있었던 것이다.

남동댁을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은 “4륜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자 운전대 부분이 남동댁의 목부위를 짓누르고 있었고 오랜시간이 지난듯 목부위가 깊이 함몰돼 있었다”고 한숨 지었다. 강진의료원 응급실에서 남동댁을 회생시켜 보려고 30분 가까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사고가 난 지점은 도암의 한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경사진 커브길이었다. 야산에 텃밭이 있었다. 남동댁은 4시경 주민과 헤어진 후 오토바이를 어렵게 움직여 이동하다가 사고지점에서 엑세레이터를 밟아 커브길을 올라가려다 4륜오토바이가 전복되면서 몸이 아래쪽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지역은 주변이 큰 소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서 밖에서 사고여부 조차 알 수 없는 산속이었다. 이 때문에 남동댁은 무거운 4륜 오토바이에 짓눌린 채 구조신호 한번 보내지 못하고 서서히 숨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 76세 할머니가 벗어나기에는 불가항력적인 무게였다.

사고 현장에는 기름통과 물통, 분무기등이 흩어져 있었다. 오토바이는 좌석이 떨어져 나가 뒹굴었다. 기름통은 뒤쪽에 실은 것으로 보이고, 분무기는 등에 짊어지고 운전을 하다 사고 당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였다. 오토바이에 적지 않은 물건을 싣고 밭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주민은 “몸이 불편했지만 틈만나면 밭에 가곤 했다”며 “이날도 낮에는 폭염이 계속되다가 저녁나절 들어 좀 선선해지자 오토바이를 타고 밭으로 가던 중이었던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농촌 사람들이 거의 그렇듯이 남동댁 역시 하루 일과가 일하는 것이었다. 몸이 많이 불편해 논농사는 못하고 공공근로를 다녔다. 시간이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밭일 이었다. 이동수단은 주로 4륜오토바이였다. 가장 편했던 이동수단이 한 순간에 가장 무서운 흉기가 됐던 것이다.   

남동댁 사고가 발생하면서 4륜 오토바이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새삼 관심이 되고 있다. 4륜 오토바이는 바퀴가 네 개 달려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이송기관으로 인식돼 농촌 노인들에게 적지 않게 보급돼 있다. 몸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거동을 하거나 기계를 작동할 수 있는 6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주민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마을에도 3대의 4륜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다. 건너 마을에도 마찬가지로 3대가 있다. 강진군에만 수백대가 보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이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는게 사륜오토바이인데 저렇게 무서운지 몰랐다”며 “기관에서 정기적인 안전교육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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