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기/한국민화뮤지엄 부관장

한국민화뮤지엄이 국내 최초의 민화전문 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으로 강진군에 개관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간 한국민화뮤지엄은 한 달에도 수많은 전국의 다양한 박물관 및 지자체에서 그 운영방법 및 성과를 참고하기 위해 방문하는 롤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 방문했던 한 지자체 담당자는 할 수만 있다면 한국민화뮤지엄을 통째로 우리 지역에 옮겨놓고 싶다는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제, 그간 한국민화뮤지엄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

한국민화뮤지엄은 지역과 함께 하는 박물관을 표방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매년 토요문화학교, 문화가 있는 날, 길 위의 인문학,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KB박물관 노닐기 등의 사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박물관협회, 전남문화재단 등의 예산을 받아 연간 수 천 명의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민화체험과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각종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오고 있다.
박물관 개관부터 현재까지 한국민화뮤지엄은 석 달 간격으로 총 4개의 전시실 작품을 교체한다. 분기마다 작품을 교체하면 1년에 총 16회의 전시가 교체된다. 1층 상설전시실과 2층 춘화 전시실이야 4800여점에 달하는 진본 소장품이 있기에 교체하면 되는 일이지만, 2층 기획전시실과 생활민화전시실에는 매번 새로운 작가를 선정하여 작품을 대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과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작가를 선정하고, 주제를 잡아 새로운 작품 활동을 통해 우리 관에 맞는 작품 제작을 의뢰해야 하고, 작품 대여료, 운송료, 보험료까지 모든 경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연간 16회의 전시를 새롭게 여는 것은 직원들의 노력 뿐 아니라 한국민화뮤지엄에도 많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침을 고집하는 것은 전시가 바뀌지 않는, 이른바 잠자는 박물관이 되지 않도록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여 재방문을 유도하고자 하는 오석환 관장의 투철한 박물관 운영 철학이 녹아든 결과이다.
한국민화뮤지엄에서는 단 한 명의 관람객에게도 전문 도슨트의 해설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관람료가 비싸다는 푸념으로 입장했어도 나갈 때에는 이 정도 전시면 입장료가 두 배여도 다시 올 것이다는 말을 남기는 경우가 흔한 이유도 해설을 통해 유익한 민화 속 이야기 뿐 아니라 작품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을 위해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로 진행되는 수준 높은 해설을 통하여 외국인 관람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인들이 지방에 있는 작은 박물관이라고 큰 기대 없이 무심코 방문 했다가 자신들의 나라 여행 블로그 등에 감동적인 박물관으로 우리 뮤지엄을 소개하는 이유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현장의 다국어 해설 덕분이다.
한국민화뮤지엄은 민화와 더불어 강진군,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뛰고 있다. 이러한 노력 속에, 오는 6월부터 8월까지는 한국민화뮤지엄이 국립 카자흐스탄 대통령박물관 초청으로 현대민화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카자흐스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민화 전시로 벌써 현지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민화가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듯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또한, 한국민화뮤지엄은 자체적으로 민화 체험용품 및 기념품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약 80여 종의 민화체험과 200여종의 기념품이 개발된 상태이다. 국내에 국·공립 박물관을 포함한 모든 박물관 중 자체적인 체험용품 및 기념품 개발팀이 운영되고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 현실을 감안하면 열악한 순수 사립 형태인 한국민화뮤지엄의 이와 같은 성과는 타 박물관의 부러움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민화대전도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하는 본 공모전은 학생부문의 경우 이미 전국 445개 학교에서 2204 점의 작품이 접수되면서 여타 개별 박물관 공모전의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고, 현대민화 작가들의 공식적인 데뷔 무대가 되고 있는 일반부문도 접수가 두 달이나 남았음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상근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한국민화뮤지엄에는 현재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생 박물관으로는 기록적으로 관람객 수가 매년 증가하여 개관 3년 만에 연 5만 명 가까운 인원이 방문하는 박물관으로 성장했고, 매년 10여개의 다양한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적은 수의 직원들이 이 모든 것을 해내고 있다고 하면 박물관의 생리를 아는 사람들은 이를 기적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국민화뮤지엄의 이러한 성과 뒤에는 여러 분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강진군의 홍보 능력,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지는 강진군문화관광재단의 관광객 유치 노력,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군 공무원 및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 지인이 방문하면 꼭 모시고 들러주시는 지역주민들, 그리고 늘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뮤지엄 직원 등 모두가 함께 일궈낸 결과인 것이다.
한국민화뮤지엄은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강진군이 청자 뿐 아니라 민화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끊임없는 정진과 함께 민화의 세계화, 대중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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