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북미정상회담 하루뒤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국민의 관심에서 더 멀어지게 됐다. 트럼프, 김정은 협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타협안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몰된데 따른 반작용이다. 회담이 무위로 끝난다면 탄핵위기에 처한 트럼프의 정치적 타격은 치명적이다. 김정은도 경제적, 군사적 토탈 옵션이 가해지면 체제붕괴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도 최상위를 유지해오고 있는 호남에서는 선거무용론이 감지된다. 그에 따라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돈다. 대진표가 확정된 광주, 전남 선거구에서는 누가 당선될것인가에 대한 선거심리가 꿈틀거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파란을 일으켰던 지난 민주당 경선전이 되레 더 비중있는 관심사로 남아있다. 경선통과가 유력시됐던 현역시장·군수가 무더기 탈락한데 따른 반응이다. 탈당 후 복당에 대한 10% 감점과 신인 10% 가산점 부여 룰이 결정적 패인이 됐다는 사실이 주민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패한 인사들에게는 아픈 상처이기는 하지만 미래지향적 전략모색차원에서 민주당 경선 승패 분석은 인내해야 할 가치있는 프로세스라고 여겨진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후보경선에서 현직 시장·군수 8명 가운데 4명이 탈락했다. 2명은 비리연루 논란이 패인으로 지적된 반면 다른 2명은 가점과 감점을 적용한 경선룰이 결정타를 입혔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검사장 출신인 주철현 여수시장은 입당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전직경찰서장에게 1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선거기간내내 상대후보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특혜의혹이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3선에 도전했던 조충훈 순천시장도 시장 재임 중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한 전력이 공격 대상이었다. 자격검증에는 통과했으나, 시민과 당원들은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강진과 장흥군수는 경선룰에 걸려 석패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탈당 경력으로 10% 감점을 받아 신인 가산점 10%를 얻은 이승옥 전 여수부시장에게 7%포인트 차이로 졌다. 군민 여론조사 결과는 강진원 후보 53.33%, 이승옥 후보 46.67%, 권리당원 여론조사에서는 강 후보 49.67%, 이 후보 50.33% 로 나타났다. 그러나 ±10% 적용 경선룰에 의해 20%격차를 벌리는 결과가 빚어졌다.

지루한 재판을 받아온 장흥 김성 군수도 탈당 경력 감점까지 받아 신인 가점을 받은 전 장흥경찰서장에게 7.5%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김 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1심유죄, 2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기적을 일궜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무소속 후보가 난립한 4년전 군수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3선에 도전한 현역을 꺾은 놀라운 저력이 있어 경선 패배 충격이 컸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현역들은 석패하거나 격차를 보였지만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이번 경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바탕으로 다음 선거전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상은 2년후 총선이거나 4년후 지방선거일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일색인 광주와 전남 국회의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정계개편이 없다면 맞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나 현재 분위기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면 또다시 시장군수를 향한 리턴매치를 꿈꾸게 될 것이다. 민주당 광주시장직 경선에 나섰다가 패한 2명의 현역 구청장과 전직의원, 3선을 거친 구청장은 벌써부터 총선 하마평이 나돈다. 그들과 현직이 맞붙는다면 예측불허의 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이번 민주당 경선 결과만을 놓고 보면 당의 위상과 잠재적 후보 경쟁력 제고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2년후 또는 4년후 이들과 함께 신인들을 참여시켜 경선을 치른다면 후보 경쟁력은 한층 신장되어 집권의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비롯 이번 경선에서 패했더라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경쟁력을 키워가는 정당의 일원이라면 희망을 접을 이유는 없다. 민주적 절차가 유지되는 한 경선과정에서 확인된 지지도는 경쟁력을 떠받치는 굳건한 버팀목인 것이다.

지방선거가 싱겁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과 평화당과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된 강진군수 선거에 대한 관심마저 고갈된 건 아니다. 민주당 이승옥 후보가 강진 지역구 황주홍 의원이 속한 평화당 곽영체 후보가 맞붙은 구도가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흥미롭다. 가·감점 적용룰 때문에 비교우위 지지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민주당 경선이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호기심을 키운다. 강진군수 선거는 정당과 인물론, 경선탈락한 군수 지지층 표심향방이 핵심 관점포인트다. 유권자의 종합평가 성격을 띤 강진군수 선거는 전국에서 주목받는 케이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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