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강진군 교육단체팀

고등학교 시절, 중국 소주에 있는 자매교류 학교의 초청을 받아 수학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중국 하면 상해, 북경만 알았던 나는 소주라는 작은 도시가 굉장히 생소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자매교류 학교의 아이들은 마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처럼 우리를 친근하게 대해주었고 4박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 그대로 ‘자매’가 된 것처럼 깊은 정이 들었다. 지명조차 생소했던 지역이지만 ‘자매도시’라는 이름 아래 특별한 친구가 된 것 같은 끈끈한 정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국제교류업무 담당 공무원이 된 나는 우리군 국외 자매도시인 일본의 하사미정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공무상 국외일정으로 학생 때와 달리 많은 걱정을 안으며 2박3일이라는 짧고도 긴 여행길에 올랐다. 일본 하사미정까지 가는 비행기와 버스 안에서 일정과 계획을 다시 확인하며 행여나 강진군의 대표 방문단 자격으로 마주하는 자리에 해가 되지 않을까 끊임없는 걱정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자매도시’였다. 일본 하사미정의 정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서로에게 차리는 예의와 존중은 분명하되 자매도시로 연결된 강진군과 하사미정의 친근함과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치노세 마사타 정장님은 환한 미소로 우리 강진군 방문단을 맞이해 주셨고 하사미 도자기 축제에 참석하는 그 다음날까지도 우리와 함께하시며 따뜻한 배려를 보여주셨다.

언어의 장벽은 높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통역 선생님도 계셨지만 번역기 어플을 이용하여 그간 메일로만 연락했던 하사미정 교류 담당자 츠지 히데요상과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나카시마 겐조 교육장님으로부터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타르트집도 추천받았다.

몇 년 전, 코다마 모리스케 도자진흥회장님은 강진 청자축제에 방문하여 온돌방에 주무시다 등이 배겨 깨셨다는데, 이번 청자축제 때는 두꺼운 요를 준비해 놓겠다고 말씀드리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하사미정의 도자기 축제에 참석하게 된 것도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다. 도자기로 하나 된 하사미정과 강진군이지만 이 둘의 도자기 축제에는 닮은 듯하면서도 여러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예술성을 강조한 청자를 내세운 강진군과 달리 하사미정의 도자기는 생활자기로 실용성을 추구했다.

마치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성향은 다른 형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또 축제 전시장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코다마 모리스케 도자진흥회장님께서 우리 방문단을 위해 축제장 곳곳을 소개해주셨다. 통역 선생님께 의지하며 들은 설명이었지만 따뜻한 미소와 유머 속에서 강진군 방문단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는 회장님의 마음을 느끼며 하사미정 도자축제 참석을 마무리했다.

서로 친구가 되고 돈독한 우정을 쌓는다는 것은 각자의 노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강진군과 하사미 정은 ‘자매도시’라는 이름과 ‘도자기’라는 공통점으로 하나 되어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보다 깊은 교류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강진군과 하사미정의 모습에서 이제 갓 임용 반년이 넘은 신규공무원인 내 눈에도 그 끈끈한 정이 보였다.

이제 이번 여름 청자축제에 참석하는 하사미정 방문단을 위해 두꺼운 요를 준비하며 강진군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정과 함께 두 도시의 교류가 더 돈독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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