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군동면이 낳은 한반도 아시아문제 전문가 빅터차 교수가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분위기는 A학점, 내용면에서는 B+”라고 평가했다. A+평가를 내놓은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회담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북한이 핵무기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및 중단)을 준수하기로 한 것은 환영받을만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이 주장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 수준의 비핵화 조치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번 회담은 “답변을 제공하기 보다는 더 많은 궁금증을 불렀다”고도 평가했다. 쉽게말하면 못 믿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불신이 담긴 평가는 안보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긍정평가 끝에 덧붙인 사족같은 것이다. 과거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핵실험을 해온 약속파기 경험 때문이다. 평화와 번영을 약속했으면서도 군사 도발과 핵개발에 집착해 온 북한의 전력을 회상하면 이번 비핵화 약속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을수만은 없다.

그보다는 북한의 이러한 돌변은 경제제재에 따른 체제 붕괴위기의식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선언문에서도 비핵화 실현이 아닌 목표라는 표현이 비핵화 의지를 약화시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빅터차의 평가가 주목받는 것은 전문성과 빼어난 미래 상황분석력이 주된 이유이다. 더불어 주한 미 대사 내정 철회를 불러온 코피전략 반대때문이기도 하다. 핵시설을 부분파괴하면 북한의 남측 공격이 명약관화함으로 한반도 전쟁을 초래할 코피전략을 반대한 것이다. 한국계 인사로서 모국애가 묻어난다.

그는 평소국내 보수 신문 기고문을 통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초강수 코피전략을 반대한 것은 뜻밖이다. 그의 칼럼을 볼때마다 한국 보수 진영으로부터 박수를 받겠다는 느낌을 받았던터라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빅터차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후하지 못한 평가를 내린 것은 오로지 비핵화 구체성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판문점 비핵화 공동목표 추구 선언은 추상적인 총론일뿐 실행과정에서 시간 끌기 전술로 맞대응할 것이라는 추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문대통령의 평양방문, 평화 협정체결,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적대행위 금지, 군축, 이산가족 상봉 등은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체제유지용 핵무기 개발에 대해 김정은이 불가역적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현재 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핵과 미사일 파기가 아닌 일시 중단을 협상카드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북한에서는 중요인사들에 대한 물자배급이 중단되고 그들이 장마당을 통해 생필품을 조달한만큼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 체제로의 물꼬가 트인 것이며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왕조 독재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주의 경제시스템 붕괴현상을 막기위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 그 댓가로 ICBM만 포기하는 선에서 단계적 해법인 핵동결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래서 비핵화 선언은 방법론에 들어가면 선언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비관적 관측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빅터차 교수가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만을 부여한 것도 핵포기 불신을 드러낸 것 일수도 있다. 차 석좌 교수는 이번 회담이 “이전 2000년·2007년 남북 정상회담들과 달리 한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한(engineered primarily by South Korea) 회담이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20번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분노와 화염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설계한 외교적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실험 모라토리엄 준수약속을 긍정평가하면서도  이번 회담은 “답변을 제공하기 보다는 더 많은 궁금증을 불렀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바라는 핵심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제재완화, 달라 유입창구인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일 것이다. 이모든 것은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 남북정상이 비핵화 선언을 목청높여 수없이 반복해도 협상테이블에 앉은 김정은의 태도가 자신의 목표에 어긋날 경우 트럼프가 ‘노’하면 그만이다.

미국이 강조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김정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트럼프가 내밀카드는 경제제재조치 유지와 함께 코피전략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완전한 핵폐기는 북미의 몫이라는 진실을 외면하거나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빅터차의 지적처럼 비핵화 약속은 긍정적이지만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주한미대사의 영광을 멀리하고 모국애를 앞세운 빅터차 교수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내린 평가를 주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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