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광주, 전남 산업을 상징하는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 타이어 업계 세계7위, 한국 2위인 금호타이어가 세계20위권밖에 밀려나 있는 중국 블르스타에 팔린 것이다. 자존심 상할 거래다.
 
3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광주, 전남 경제의 한축을 형성했던 터라 전라도 사람들의 실망감은 크다. 광주, 전남의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3년간 고용을 보장키로 했다지만 쌍용자동차처럼 기술이전 후 버리는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호타이어의 매각 결정은 다분히 운명적이다. 하필 창사 72주년기념일인 지난 7일 무렵 중국 측과 산업은행간 매각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때맞춰 결사 반대 입장을 취해오던 노조가 매각에 극적으로 동의해주어 성사됐다.

강진일보 보도처럼 경찰이었던 박인천 창업주가 강진경찰서 재직 중 일본 패망을 예언했다가 그 발언이 일경 귀에 들어가는 바람에 파면 당했다. 그러나 2개월 후 진짜 일본이 패망하자 파면당한 게 되레 복이 되어 금호 그룹을 창업할 수 있었다는 것부터 운명적이다.

금호그룹은 1960년 처음으로 타이어를 시장에 선보였다. 그후 한때 업계 1위는 물론 한국타이어와 시장을 양분하며 타이어 명가의 명맥을 이어왔다. 이제 그런 영광은 가고 존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렇더라도 슬픈 운명을 맞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비판만 할 수 없다.

그룹의 무리한 인수 합병을 비롯, 경영잘못과 강성노조 등의 문제점이 결합되어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파국지경으로 몰렸다. 유일한 원매자인 블르스타에 넘기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의 길만 남아있는 벼랑끝 상황이었다.
 
청산보다는 일단 주식 45%의 지배권을 넘긴후 회생의 길을 모색하는게 실익가치가 더 높았으므로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호그룹의 위기는 무리하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것이 화근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영진(오너)이 충분한 자금동원 계획없이 M&A(인수 합병)를 추진하다 그 부담이 금호타이어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타이어에서 번 돈을 R&D(연구 개발), 증설 등 미래를 위해 쓰지 못하고 지배권을 위한 창구로 전락해 경영난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한 노조와 원칙을 잃은 채권단의 대응도  금호타이어 몰락을 재촉했다. 

금호타이어 위기 원인분석 가운데 타이어 수입 처분이 오너의 지배권 창구로 전락해 경영난을 초래했다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했던 동생 찬구씨와 박삼구 회장간 갈등이 깊어진 것도 이때다. 형제들이 65세가 지나면 회장직을 동생들에게 승계한다는 선친 유훈이 무너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화해무드가 꿈틀거린듯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는 고소 고발전으로 번져 경영권 분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던 동생이 이 무렵 금호 그룹에서 독립,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창업주 박인천 회장은 5남 3녀를 두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2세 경영에 대해서 몇 가지 원칙을 확실하게 세워두었다. △아들만 경영권을 상속한다. △그룹회장직은 형제간 합의에 따라 결정한다. △주요사안은 합의와 다수결로 하되 65세가 되면 금호그룹 회장직을 순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철저히 이행되어왔고 현재 박삼구 회장에 이르렀다. 그러다 마지막 찬구씨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승계원칙이 끊긴 상태다. 65세 경영권 이양, 동생 승계, 은퇴라는 절차적 룰이 무너지고 73세인 박삼구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의 재벌가 내부에서는 지배권을 둘러싼 형제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애깊던 형제들이지만 부친이 연로해지면 보이지 않게 재산권 싸움이 시작되고 어느새 적대관계로 돌변한다. 이러한 부끄러운 전력을 갖고 있거나 현재 진행중인 재벌가들은 금호그룹의 회장직 승계를 무척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런 금호그룹도 형제난에 휘말렸고 그들 못지않은 심각성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회장순환 보직전통은 깨어져 버렸다. 복원 기대는 가물거린다.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 앞에서는 부자간, 형제간 위계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있는 자들이 뼈속 깊이 새겨야 할 실증적 교훈이다.

강진, 해남을 경유하는 광주-완도간 자동차운행을 독점하고 있는 금호그룹에 대한 지역민의 반감과 상실감은 부풀고있다. 광주, 전남에 뿌리를 둔 그룹의 모체 격인 고속버스 사업마저도 처분위기까지 몰렸다가 겨우 붙잡아둘만큼 불안스럽다.

고속버스 운행사업과 맞물려 잘 돌아가던 타이어 산업은 그룹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전라도에 무한 애정을 쏟았던 창업주에 대한 이런 무례가 없다. 대표적 형제난 그룹인 효성이 운영하는 한국타이어는 한국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왜 금호타이어는 망하고 외국기업에 넘겨야 했는가. 반세기 넘게 전라도 사람들에게 가족같은 친근감을 안겨준 금호그룹이지만 예전같은 애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젼없이 뒤걸음질치는 무기력한 금호그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사는 불편하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