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강진군 다산기념관 평생교육학 박사

올해가 다산 정약용 선생(1762~1836)이 목민심서를 저술한지 200년이 되는 해다. 목민심서는 지방 행정 목민관이 지녀야 할 인품과 경륜, 부임할 때부터 퇴임할 때까지 임지에서 행할 행정·사법상의 권한과 의무, 백성을 위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방안을 제시한 저술이다.

특히 당시 지방 행정의 삼권을 휘두르는 사또들에게 아전 다루는 법을 자세하게 제시하여 백성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통을 해소하도록 하였다. 그야말로 지방 행정을 책임진 목민관들의 복무 지침서이다.
 
12장 72조로 구성된 목민심서는 맨 앞과 뒤에 부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을 넣고 중간에 자기기율(律己), 공공봉사(奉公), 백성사랑(愛民)이라는 목민 원칙과 이, 호, 예, 병, 형, 공의 육전과 구호에 관한 진황(賑荒)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각 조에는 목민관의 업무준칙과 모범적인 사례들을 제시했다.

‘목민관이 교체되어 돌아오는 길에 성깔 있는 백성을 만나 창피나 욕을 당하여, 나쁜 소문이 멀리 전파되는 것은 세상에 더 할 수 없는 치욕이다’ -목민심서 해관(解官) 6조 체대(遞代)-

목민심서 마지막 장인 12장 퇴임에 대한 해관육조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다. 다산은 일찍이 벼슬생활 이전엔 부친을 따라다니면서 보았고, 그리고 자신이 벼슬생활하면서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처절한 심정으로 목민관들의 지침서로 목민심서를 쓴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200년 전에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그 어느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그 어떤 지도자도 그 귀한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결과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과 고관대작들의 퇴임 후의 일들을 보면 세계적인 톱뉴스로 장식되고 있다.

한 가정에도 가훈이 있고 질서가 있고   어른이 있고 예가 있어 한 집안이 세워지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고 한때의 고관대작들이 하루아침에 추풍낙엽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하다.

다산의 유배지 강진은 제2의 성균관이었다. 18년 유배 기간 ‘이제야 겨를을 얻었다’ 라면서 저술활동을 하였다. 500여권의 저술 창작소였고, 다산학의 산실이었고,   다산학단의 발원지가 되었다. 그리고 강진의 풍부한 자연 환경과 해남윤씨 집안의 도움과 사회경제적으로 넉넉한 외종조카들의 도움과 강진으로 시집온 딸의 도움 등등 강진은 다산 저술 활동의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실제 다산은 ‘전라도 풍속이 교활하고 경박하고 야박한데 탐진(강진)이 특히 심한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 했을 때, 다산은 강진사람들은 인심이 후하여 벼 베기가 끝나면 농토가 없는 백성들이 이웃의 농토를 경작하게 해 마치 자기 전답인양 보리를 심어 거두게 한다며 강진을 인심 좋은 고을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유배지 강진이 없었다면 다산도 없다’(無康津 無茶山)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2018년 대한민국 강진은 연일 매스컴을 통해 공무원들의 청렴교육의 1번지로 소개되고 있다. 2017년 한해 전국에서 8천531명의 공직자들이 청렴교육을 통해 다산을 학습하고 유적지 체험을 통해서 다산정신을 일깨웠다. 다산은 500여권의 저술을  통하여 공정, 공평, 청렴, 개혁, 창의를 바탕으로 백성들의 복리후생을 통한 위민정신과 부국강병을 통한 호국정신의 다산정신으로 망해가는 조선을 개혁하고 고통받는 백성들을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 다산은 무엇보다 백성을 중심에 두었다.  

새 정부도 국민이 중심되는 세상을 펼치고자 정부혁신의 핵심으로 사회적 가치 구현에 힘쓰고 있다. 이에 걸맞게 강진군은 다산정신의 계승발전으로 미래 대한민국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렴교육의 1번지 강진에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다산미래원을 건립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시대정신이 절실한 지금 한국다산미래원 건립을 통하여 땅속에 깊이 묻혀 있는 다산정신을 일깨워 타락하고 부패한 세상을 밀쳐내고 다산이 다산초당에서 꿈꾼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이 청렴교육 1번지 강진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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