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행복한 세상을 희망한다”

조만종 작천면파출소장이 강진의료원 원무과장으로 근무했던 김현중씨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소짓고 있다.
중앙초 재학시절 함께 다니던 친구
강진의료원 초기부터 원무과 근무
노인과 장애인들에 항상 친절한 응대
정년퇴직 후에도 복지업계 근무

나는 강진읍출신으로 지금까지 강진에서 살고 있다. 중앙초등학교와 강진중, 강진농고를 졸업했으며 1982년 강진읍내파출소에서 경찰관으로 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거의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영암, 목포, 광주 등에서도 근무한 적도 있지만 경찰생활 대부분 강진에서 근무하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치안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을 꼽는다면 나는 중앙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친구였던 김현중 전 강진의료원 원무과장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친구에 대한 나의 기억은 동창생이었지만 초등학교에 다닐때에는 자주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중 1996년 내가 교통계에 근무하게 되면서 강진의료원을 자주 출입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던 친구와 자주 만나게 됐고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강진의료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강진의료원 초창기부터 일을 해왔기 때문에 강진의료원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산증인이기도 하다.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조용하면서도 자기가 맡은 일은 성실히 해내는 그런 친구였다. 반장과 같은 학급 임원을 맡진 않았지만 항상 공부도 열심히 했고 자기가 맡은 청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학교일들을 성실히 잘했던 친구였다.

내가 이 친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지켜본 것은 내가 교통계에 근무하면서 였다. 업무의 특성상 교통사고와 관련해서 병원출입이 많았다.
 
김현중 전 강진의료원 원무과장
강진의료원은 지역내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출입을 해야만 했다. 그곳에서 친구는 원무과 일을 맡으면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주로 담당해왔다.

9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했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있으면 옆으로 다가오려고 하지 않고 멀리 돌아서 가거나 꺼려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강진의료원을 찾았다가 노인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친구를 보게 됐다. 친구는 글씨를 잘 모르는 노인들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며 글씨를 써서 대신 접수를 해주었고 진료실까지 안내를 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또 양손에 장애를 입어 글씨를 쓸 수 없는 한 장애인에게도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대신 병원 접수를 해주며 친절하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모습을 보게 됐다.

경찰관으로서 근무하고 있던 나였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나 자신도 친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친구처럼 친절하게 대해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됐고 나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도 친구는 병원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지만 특히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손수 접수를 대신해주기도 했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사서 대접하는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친구의 모습을 자주 지켜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친구지만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 친구와 병원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친절한 응대에 대해 물어보는 나에게 친구는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보면 당연히 도와야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마음도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말도 들려주었다. 친구의 표정을 보았을 때 정말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항상 밝은 표정으로 일하고 있었다.

친구는 지난 2016년 강진의료원에서 정년퇴직했고 지금은 장흥에서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친구가 정년퇴직후 그동안 관심이 있었던 복지분야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올해 연말에 정년퇴직을 앞둔 나도 제2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친구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자신도 어려운 이웃들과 노인, 장애인들을 돕는 복지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경찰관으로서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하면 친구에게 조언도 구하고 열심히 공부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친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복지에 관한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다. 힘든 일이고 주위 시선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지만 나도 친구처럼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뜻깊은 인생이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 친구덕분에 효에 대한 점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실 그동안 홀로 살고 계시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고 신경도 써드리지 못했던 점이 생각났다. 친구를 보며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최근에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 뵙고 인사도 드리고 그동안 이야기도 들려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 때문인지 현재 어머님은 90세가 넘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전화도 하실정도로 건강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어머님과 가깝게 지내는 친구분들도 아들덕분에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면 괜히 뿌듯하면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어머님과 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효에 대한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친구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나도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년퇴직후 활동 계획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정리=오기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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