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대월마을 윤난연 할머니 목포제일정보고 고등반 입학

올해 75세 고령의 나이... 복습 철저, 높은 학구열 자랑

최근 70대 중반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성전 대월마을 윤난연 할머니가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고등학교반에 입학했다. 윤 할머니는 어렸을 때 가정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사진은 자택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있는 윤 할머니의 모습이다.
성전면 대월마을에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여고생 1명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10대의 여고생이 아닌 70대 중반의 나이를 바라보는 여고생이다. 윤난연(75)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윤 할머니가 다니는 목포제일정보중·고는 일반적인 학교와는 달리 성인들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가정형편상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20대이상 성인들이 모여 공부를 하고 있는 곳이다. 그 숫자만 해도 1천명이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이다.

윤 할머니는 해남 옥천이 고향으로 22살되던 해에 성전으로 시집와 지금까지 강진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2남4녀 6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윤 씨는 가정형편상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한참 학교에 다니던 시절인 7살되던 해부터 어머니가 몸져 자리에 눕게 되면서 병간호를 해야했다. 또 시집가기 3년전인 19살되던 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학교는 꿈도 꾸지 못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학교에 가지 못했지만 배우고 싶은 욕심이 컸던 윤 씨는 학교를 다녀온 친구들에게 물어서 한글을 마당에 써보면서 익혔고 구구단도 익혔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해 한글도 복잡한 받침이 있는 글자는 읽을 수가 없었다. 결혼한 이후에는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공부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던중 3남1녀의 자녀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독립하면서 여유가 생겨 공부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성전면내 한 미용실에 갔다가 우연히 성인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길로 목포의 학교를 찾아가 등록했다. 학교를 다니기전 윤 씨는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며 면허취득을 준비했다. 하지만 실기보다 필기시험이 더욱 어려웠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많았기에 윤 씨는 아예 문제와 답을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택했고 처음 본 필기시험에서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윤 씨는 그날을 기억하며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쁜날이었다고 말한다. 이후 실기시험은 2번만에 합격해 운전면허증을 따냈다.

면허증을 취득한 이후 윤 씨는 소형 승용차를 운전해 성전에서 영암 독천까지 가서 그곳에 차를 주차해놓고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이동한다. 오전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오전 7시무렵부터 서둘러서 길을 나선다.

윤 씨는 학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은 결과 2학년정도 수준에 해당된다고 판정을 받고 초등학교 과정인 문예반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한글수업부터 수학 등 다양한 교과 과목을 2년동안 수업을 들었다. 2년동안 수업을 듣고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한 윤 씨는 중학교 2학년 과정을 거쳐 올해에는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했다.

이 곳의 고등학교 과정은 2년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수업을 들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일주일에 보통 3번정도 수업을 들었고 고등학교부터는 5일동안 매일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집에오면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느라 바쁘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학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할 정도로 학구열이 높다.

윤 씨는 친구들이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할 때 자신은 학교를 가지 못했기 때문에 배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컸다.
 
이런 열망은 자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연결돼 어렵더라도 사남매는 대학교까지 꼭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부업까지 하면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성공적으로 사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고 최근에는 모두 결혼해 독립했다.

어렸을때 해보지 못했던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문예반에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시를 짓는 시간이 있어 시를 쓰기위해 고민했던 일이나 고흥에서 열렸던 골든벨에 출전하기 위해 교내에서 진행됐던 학교대표 선발에서 당당히 3등안에 입상해 골든벨에 나가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중간에 문제를 틀려 탈락하긴 했지만 윤 씨의 기억속에 즐거운 기억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윤 씨는 수학 공부를 꼽는다. 10대의 학생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중 하나인 수학은 윤 씨에게는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한다. 

윤 씨는 “문예반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공부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는데 요즘은 농사일과 병행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게 느껴지지만 내년 졸업까지는 최대한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며 “대학교 진학도 하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졸업후에는 서예나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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