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정황계안> 올 2월에 극적인 해후
황수홍씨, 정민 교수에 전화 “황상자료 몇권 있다”
정민교수 깍듯한 예의에 감동... “가져가 활용 후 돌려달라” 자료건네

황수홍(황상의 7대후손)
정민(한양대 교수)
이번 청자축제의 큰 수확중의 하나는 다산탄생 250주년 특별전에 <정황계안>이 일반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정황계안은 지난호에 설명됐듯이 154년전(1845년) 다산의 아들인 정학연과 다산의 제자인 황상이 두집안이 영원히 잊지 말자며 만들었던 일종의 계책이다. 당시 두부를 만들어 두 집안이 한권씩 나누어 가졌다.

이중에 정씨 집안에 내려오던 한 권은 원본이 한국학 중앙연구원에 소장돼 있었다. 다산연구 학자들은 과연 나머지 한권이 어디에 있을지가 궁금했다. 황상집안에 갔던 한권이 오리무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답답하게 생각했던 것은 황상의 후손들도 마찬가지였다. <정황계안>을 소장하다 이번에 공개한 황상선생의 7대손인 황수홍씨는 “집에 고서를 여러권 가지고 있었으나 모두 한문이여서 무슨책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황수홍씨는 다산의 제자였던 연암 황지초의 5대손으로 조부인 황희규공이 소장했던 것을 현재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모두의 답답함이 올 2월에 풀렸다. 그 과정이 참 극적이다. 황수홍씨는 2월 어느날 다산전문가인 한양대 정민교수가 ‘삶을 바꾼 만남’이라는 책을 발간했다는 것을 TV방송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그러나 잠을 잔 다음날 그것을 잊어버렸다.

며칠 후 인천의 시민서점이라는 곳을 가서 어렵게 책을 구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와서 책을 읽었다. 책속에 할아버지 황상과 다산의 교류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집안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이 두 사람의 교류와 관련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정민교수가 인천으로 달려왔다.

자료를 처음 본 정민교수는 “희열을 느낀다”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황수홍씨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는 <정황계안>과 함께 치원소고 1권 1책, 황씨체화집등 다수였다. 다산의 아들인 정학연이 황상에게 보낸 편지도 무려 22통이나 첨부돼 있었다.

황수홍씨는 정교수에게 관련자료를 모두 가져가 해석을 할 수 있게 했다. 정민교수의 중재로 이번에 황씨문중이 소장했던 <정황계안> 원본이 다산기념관에서 전시중이고, 정씨집안 <정황계안>은 사본이 전시중이다.  

황수홍씨는 정민교수가 문건을 보기 위해 갖춘 예의와 적극성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정교수와 통화가 됐을 때 “찾아봬도 되겠습니까”하는 말이 들려왔다. 정교수는 이어 “대학원생을 한명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은데 이어 “사진기를 가지고 가서 촬영을 해도 되겠습니까”하면서 하나하나 소장자의 의견을 물었다. 정교수가 다음날 오전에 곧바로 찾아왔다. 동행한 사람은 부인이였다. 황수홍씨가 보기에 그만큼 신뢰가 갔다. 소장품을 선뜻 건네주며 잘 활용하고 되돌려 달라고 했다.

황수홍씨는 몇 년전 다산 연구 전문가인 모씨에게 자신이 황상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린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문헌을 가져와 보라”며 별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정민교수는 그동안 고문헌을 발굴해 온 노하우를 가지고 이번에 큰 ‘수확’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정민교수는 현재 미국에 체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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