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정/대구면사무소

공직생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면사무소 산업팀에서 근무한 지 두 달째에 들어간다. 그동안 군 산하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고 면사무소에서도 총무·복지·민원팀 업무는 해 봤지만, 산업팀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진에서 산 지 20여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어느 것이 논인지 밭인지, 보리인지 벼인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 좋아하는 마늘이 땅속에서 난다는 것을 작천면에서 농촌일손 돕기를 하면서 처음 보고 알았으니 정말 지독한 일자무식이었다.

어르신들께서 오셔서 “답(畓)에 심어 놓은 작물이…”라고 말씀하시면 속으로 가만히 ‘밭 전, 논 답… 아 논이구나’라고 중얼거린다. 공문에서 ‘포장(논밭, 채소밭)’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포장지의 포장인 줄 알았고 합배미, 조생종, 시비, 윤작 등 생소한 단어들을 접하면서 업무 파악하기도 힘든데 공부할 것도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 수수, 기장이 토종 농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시장에 가서 곡물을 직접 사서 밥도 지어 먹어보고, 다랑농지와 경관보전직불제 현장 확인을 위해 출장을 다니면서, 농업 발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늘 가르쳐주시고 ‘알기 쉬운 농업용어’ 등을 챙겨주시는 팀장님과 전임자로서 많은 도움을 주는 동료들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업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농업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농사를 지어보지도 않았으니 농업의 공익적, 사회·문화적 가치를 너무나 당연히 몰랐다. 직접 현장을 보고서야 이곳에서 생명이 싹트고 우리가 먹는 농산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농사짓는 분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농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농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며, 농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사실과 함께 농업인들이 얼마나 감사한 분들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공직생활 동안 농업 업무를 하지 않는다고 나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이 살아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가 늘어나고 더불어 우리들의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가능할 것이다.

자랑스럽게도 우리 군은 2년 연속 억대 부농으로 농가수 대비 전남에서 1위이고, 고소득 농업인도 25% 증가하여 이 역시 1위이다. 작년에 성공적으로 추진되었던 ‘2017 강진 방문의 해’를 통한 각종 축제와 농특산물 직거래 등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가 성공의 요인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군에서는 해마다 농업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왔으며 2년 연속 농업예산 1천억원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농업인 경영안정자금 50억원을 증액하여 벼 재배 농가 뿐만 아니라 주로 소농, 여성, 고령자 등이 종사하는 밭작물 재배 농가까지 확대, 가구당 약 70만원을 추가 균등 지원한다.

2018년 농업소득 배가 원년의 해에 농업인들께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누구나 살고 싶어 하고 살 맛 나는 농촌이 되도록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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