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량 일대 겨울 까마귀떼 피해 심각

개체수 급증, 소 사료 포대까지 공격

칠량면의 한 들녘에 까마귀떼들이 앉아 작물의 새싹을 쪼아먹고 일부는 날아오르고 있다. 최근 칠량면과 군동면 일대에 까마귀떼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며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칠량 송정리의 칠량천과 명주천이 만나는 들녘. 하늘에 큰 독수리 네 마리가 공중에서 한가로이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그때 인근에 있던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가더니 하늘의 제왕이라는 맹금류 네 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까마귀는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잽싸게 독수리의 꼬리 부분을 번갈아가며 쪼아대기 시작했다. 독수리들은 잠시 대항하는 듯한 날개짓을 하더니 큰 날개를 흔들며 천천히 동쪽 산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에는 다른 광경도 목격됐다. 왜가리 한 마리가 공중에서 하천으로 접근하자 이제는 까마귀 한 마리가 움직였다. 왜가리의 몸은 독수리 보다도 커서 까마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까마귀가 왜가리 주변을 돌며 몇 번 위협비행을 하자 반대방향으로 줄행랑을 쳤다. 까마귀는 별다른 공격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칠량천과 명주천이 만나는 이 일대는 넓은 들녘이 있고 냇가에 먹이가 풍부해 평소에 조류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그러나 이 일대를 요즘 까마귀떼가 점령하고 있다.

그동안 이 일대를 평화로운 서식처로 삼았던 다른 새들은 얼씬을 못하고 있다. 주변마을의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까마귀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근 삼흥마을의 한 주민은 “까마귀 떼들이 논에 재배하고 있는 보리나 사료작물 새싹들을 모조리 쪼아먹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역시 인근 윤형주 이장은 “까마귀가 지난해 말부터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줄잡아 500~1천마리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까마귀들은 밤에는 인근 야산에서 잠을 잔 후 날이 새면 떼를 지어 들녘으로 나오고 있다. 인적이 뜸한 들녘에 내려 앉아 작물을 집중적으로 뜯어 먹고 있고, 멀리서 인기척이나 차소리가 들려오면 주변 전기줄로 옮겨 동태를 살피는 모습이다. 영리하다는 뜻이다.

전기줄에서 아래쪽으로 배설물을 쏟아낼 때에는 노골적으로 사람들을 약올리는 모습까지 하고 있다. 까치와 대적할 수 있는 새로는 유일하게 까치가 얘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까마귀에 대적하는 까치를 보았다는 주민들은 없다.

까마귀떼들은 들판의 작물은 물론 동물이 사육되는 축사까지 쳐들어 오고 있다. 소들이 먹는 먹이를 빼앗아 먹고, 심지어는 포대속에 들어 있는 사료까지 교묘하게 훔쳐먹고 있다.

윤형주 이장은 “인적만 뜸한 것 같으면 까마귀들이 축사로 들락날락 제집 드나들듯하고 있고, 먹이가 없으면 한쪽에 쌓아 놓은 사료포대에 구멍을 뚫어 사료를 훔쳐먹고 있다”며 “사료포대 더미위에 두꺼운 포장을 덮어놨는데 어떻게 손을 썼는지 안쪽으로 날아 들어가 사료를 쪼아 먹었더라”고 한숨지었다.

까마귀떼는 칠량 일대에서만 목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개체수는 적지만 군동일대에서도 까마귀는 자주 볼수 있는 새가 됐다.

현재 칠량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는 까마귀들은 크기로 봐서 매년 겨울 울산 태화강 등을 무리지어 찾는 철새인 ‘떼까마귀’로 추정되고 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는 떼까마귀 보다 덩치가 10㎝가량 크고 부리도 더 두툼하다.

칠량 영계마을의 한 주민은 “요즘에는 기러기떼가 기승이여서 작물들이 남아도는게 없었는데 까마귀까지 설쳐대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며 “기러기나 까마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서 합법적으로 이것들을 포획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