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국민의당 중재파로 분류됐던 황주홍의원은 민주평화당을 택해 관심을 모았다. 황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통합하려는 이들에 대한 신뢰 훼손과 깊은 절망, 그리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민주평화당에 대한 압도적 지역 내 여론에 따라 이렇게 하려는 것”이라고 적었다. “박주선 선배를 비롯한 중재파 동료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일은 슬프기조차 하다”고 적시했다.

황 의원의 선택근거가 된 이색적인 지역구여론 확인 방법이 중앙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는 1월 내내 33곳을 돌며 의정보고회를 연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눈을 감게 하고 자신의 거취를 물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들 눈 꼭 감으세요. 제가 ‘안철수 신당’ 가는 데 찬성하는 분 손드세요. 됐어요. 다음엔 제가 ‘호남 신당’ 가는 데 찬성하는 분 손드세요. 어, 제 앞 둘째 줄에 눈 뜬 분 있네. 감으세요” 결과는 ‘호남신당(민평당)’에 가라는 의견이 전 지역에서 압도적이었다. 고흥 풍양면의 경우 90대 11, 장흥 대덕읍은 193대 7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일자에 안철수 대표 비서실장이었던 송기석 전의원과의 인터뷰기사를 실었다. “박주선·주승용·김동철 의원이 미래당에 온 결정적 이유는 무언가?” “여론조사 영향이 컸다. 원래 세 사람은 안 대표가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버티니까 저쪽(민평당)으로 가겠다는 얘기까지 하며 격분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래당이 민평당을 호남에서 두배 넘게 앞서고 전국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을 제치는 결과가 나왔다. 이걸 보고 원래 박지원·정동영·천정배와 함께 하는 걸 기피했던 세 사람이 미래당을 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송 전의원이 인용한 지난달 26일자 갤럽조사 결과는 민주37%, 마른미래17%, 한국10%. 민주평화4%였다. 광주, 전라지역 지지도는 민주 39%, 바른 미래 21%, 민주평화 9%였다.

학벌과 머리 좋기로 정평이 난 4선 중도파 3인방이 단 한차례의 갤럽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신당행을 결정지었을까? 결행당시 가상신당을 포함한 전국 정당지지도는 여론조사 회사별로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지역구의 여론을 완전 무시할 수도 없다.

황 의원 뿐만아니라 무소속으로 남은 손금주, 이용호 의원도 반통합 지역구 여론이 부담스러워 관망모드에 들어갔다. 국민의당 26명의 지역구 의원중 2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시킨 호남의 여론은 이들 지역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가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준 지역이니 그런 일반화는 무리가 아니다.

국민의당이 친정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신세는 빈부, 귀천 양극양상으로 바뀌었다.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과 케스팅보터로서의 권한, 국고보조금 증가, 국회부의장 자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국회부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의 자리는 국민의당 몫이라는 소문대로 실현됐다.

국회부의장 자리는 주승용 의원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평화당은 14석에 그치고 찬성파 전국구 3석 마저도 가져올 수 없다.

표심을 싹쓸어 모아 금배지를 헌납했던 호남 지역구민 중 통합반대쪽의 분노와 상실감은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내전의 희생양인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보상받아야하는가. 정치인이면 누구나 지역구 경쟁력 한계와 권력욕을 드러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구 민심에 역행하는 길을 선택할 때는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됐어야 한다. 대다수가 반대하면 황주홍 의원처럼 그에 따르는 결단도 필요하다. 그들이 만들어준 금밷지 아닌가.

안철수 대표마저 반대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놓아주라는 민평당의 요구를 번번이 걷어차버렸다. 그때마다 국민이 뽑아준 의원들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지역구의 여론에 반하여 바른미래당을 택한 호남지역구 의원들은 선택권자인 지역구주민에게 금뱃지를 돌려주고 떠나야 옳다.
 
그렇지 않으면 선택권을 짓밟은 것이며 ‘내로남불’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사라지고 쪼개진 두 신당이 닻을 올렸다. 건전한 진보와 개혁적 중도보수당으로 진화하도록 진심으로 두손 모으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남아있는 관심의 초점은 호남의 지지 향방이다. 호남 여론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송 전의원이 예로든 갤럽조사 1주후인 2월 2일자 갤럽조사에서 전국추이는 비슷했으나 광주․전라에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민주평화당이 9%에서 13%로 오른 반면, 바른미래당은 21%에서 11%로 추락했다. 같은 시기 리얼미터 호남조사결과 바른미래당은 광주·전라(바 9.3%, 평 10.3%)에서 민주평화당에 처음으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함께 치러지는 6.13지방선거에 대한 호남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론 추이다.

광주전라의 분노와 피해의식이 폭발한다면 경이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성급한 추론도 나올법하다. 호남 광역단체장 싹쓸이를 자신한 민평당대표의 장담이 허언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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