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강진한우육종연구회

‘강진착한한우’의 등급률이 역대 최고로 상승했다. 열에 여덟 마리는 1등급을 받는다. 1등급과 2등급이 마리당 135만원 정도 차이가 나니 한우농가의 소득도 껑충 뛴다. 그야말로 소 값이 금값인 상황. 2018년은 황금 개의 해가 아닌 황금 소의 해가 될 듯하다.

상대적으로 다른 축산농 선배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한우개량에 목적을 두고 육종연구회에 참여해 한우 농가들과 부대낀 지 여러 해, 어느 새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강진 한우산업의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은 30~40년 소를 키워온 베테랑 농군들도 우리 축사에 오면 많은 사육기술과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사실 나는 9년 전에야 한우 사업을 시작한 후발 주자다.

경력은 짧아도 한우개량을 위한 사양기술은 24시간 생각하고 고민하고 항상 공부한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우리 장수목장은 전국에 100개뿐인 육종농가 중 한곳으로 선정돼 강진 한우개량 발전에 기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육종농가란 전국에 있는 한우 농가로 보낼 씨수소의 후보군을 만들어 내는 생산농가다.
 
전국에 뿌려야 하는 종모우의 정액을 생산하는 농장이기 때문에 송아지 코의 색깔, 흰털의 개수까지 꼼꼼하게 체크할 정도로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해마다 전 두수에 질병검사도 실시한다. 조금이라도 하자가 발생하면 바로 육종농가 심사에서 탈락한다. 하지만 우리 장수목장은 육종농가로 선정된 지 햇수로 3년째인 지금까지 질병하나 없이 예쁘고 튼튼한 소들을 키워내고 있다.

9년전, 스물여섯이었던 나는 요리사로 근무하며 고된 업무와 박봉에 고민하던 평범한 이십대 청년이었다. 비전 없는 미래와 발전 없는 현실을 벗어나 보고자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한 것이 바로 강진에서 한우를 키우는 일이었다.

명운을 걸고 강진으로 내려왔지만 경험 일천한 초짜 농군에게 과정은 혹독하고 결과는 너무 더디게 왔다. 부족한 축산업 지식은 스스로 공부하고 선배 농업인들에게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강진 한우농가들에 찾아가 필요한 기자재를 선물하며 축산 노하우를 배웠다. 군과 도에서 진행하는 각종 교육과정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지식 축적과 더불어 인맥을 넓혀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료 완료한 교육과정만 해도 여럿이다. 강진군의 녹색문화대학,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진행하는 친환경한우반 교육과정, 순천대 농업마이스터 과정까지 하루 세 시간씩 자며 주경야독할 수밖에 없는 바쁜 시간들이었다.
 
강진군이 한우농가에 대한 지원에 있어 적극적인 것 또한 천운이었다. 한우 농가를 시작하며 강진군청의 한우산업팀에 크게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 있다. 정책의 시행에 앞서 공무원들이 농가를 직접 찾아와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 묻고 귀담아 듣는다. 지금 한우 개량 관련 사업은 거의 대부분 그렇게 탄생한 것들이다. 농업기술센터의 송아지 초음파 사업, 설사예방 사업 등은 우리 육종연구회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들이다.

강진원 군수님 또한 강진 한우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이지 않는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강진군 한우연구단체들의 공조체계와 인력 육성 사업, 재능기부 등 교육 나눔은 타지자체가 질투할 정도로 그 체계가 탄탄하다.

오늘날의 등급률과 소득 상승이라는 성공적 결과는 이 같은 강진원 군수님과 공무원들의 노력과 배려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강진군 한우 개량사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2세 축산농업인들을 위한 정보교류의 장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기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세대 축산인들의 노하우야 말로 돈으로도 못 살 귀한 정보이다.

이러한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2세 농업인들의 공간이 확보된다면 인재의 활발한 양성은 물론 강진 한우사업의 전반적 발전을 빠르게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강진군 한우농가들이 한우 개량사업의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축산업계의 질적 향상을 선도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란다. ‘한우개량사업 1번지’강진군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리라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