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국민의당 분당 수순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통합 반대파는 창당발기인대회를 강행하고 당권파는 이들에 대해 무더기 당권정지 결정을 내렸다. 당적을 갖은채 신당창당 발기인대회를 강행하는 것이나 2백명 가까운 징계폭거를 자행하는 것, 모두 한국 정당사에 남을 오점이다.

암울한 독재시절을 연상케 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무더기 징계로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호남당원의 힘이 빠져 통합 전당대회 의결은 확실해졌다.

분당후 호남의 선택과 집중 속성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호남의 굳건한 정체성 확립 의지와 분당에 따른 배신감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양다리걸치기식 여론형성은 어렵다. 이러한 특수한 여론 형성 구조는 지방선거로 이어져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들어준 호남민의 자긍심은 분당으로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 때문에 들끓는 배신의 감정이 여론에 반영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갤럽은 신당을 포함한 가상 정당지지도 여론조사결과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광주·전라지역 지지도는 민주당 39%, 국민 바른통합당 21%, 국민통합 반대당 9%였다. 기존정당만을 대상으로 하는 통상적인 조사의 경우 광주·전라지역에서는 민주당 54%, 국민의당 15%, 바른 정당 2%로 나타났다.     
 
갤럽 측은 국민바른통합정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은 창당 준비 과정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기존 정당은 기성 정치, 신생 정당은 새로운 정치 프레임으로 인식되어 상당 부분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당 추진 중에는 어떤 인물이 합류·이탈하는가, 누가 전면에 나서는가 등 지지도 변동 요인이 많다고 밝혔다. 이를 참고하면 설전에 이어지는 양측 모든 절차 대회가 끝나면 호남의 여론은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든 일반화되다시피 한 호남의 전략적 표심은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에게 한 길 선택을 강요한다. 신당 가상 여론조사에서 민심의 쏠림현상이 뚜렷이 나타나 양자택일 압박감은 더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의원들 중 일부는 중재역을 자임하고나서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중도파 행보가 파격적이다. 선(先) 안철수 조기퇴진, 후(後) 전당대회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민주평화당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헷갈린다. 통합당으로 가느냐고 물으면 아직 결정된바 없다고 얼버무리고 무소속으로 남는 것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렇게 애매한 언행을 보이지만 내면에는 통합당행 시나리오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창당발기인 대회와 무더기 징계가 있었던 다음 날, 안철수, 유승민 대표와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 중도파 대표들이 오찬 회동을 가졌다. 여기에서도 안철수 퇴진 요구가 있었다. 추파에 응하기 위한 명분쌓기 수순처럼 보였다.

다정감 넘쳐나는 이날 오찬 회동에서 두 가지 메시지가 잡힌다. 우선 민주평화당은 싫다는 것이다. 그런 거부감은 신당출범후 민주당과의 통합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의심에서 연유한 것 일게다. 민주평화당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과 동참키로 한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바란다.

중도파의 제스처는 민주당 패권세력속으로 다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시그널이나 다름없다. 다른 하나는 사퇴 요구가 관철되면 모양이 갖춰졌으므로 통합신당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역으로 사퇴가 무산되면 무소속으로 남아야 이치에 맞다. 그에 대한 반응은 없다.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조건은 다양하다. 안철수 대표 사퇴, 지방선거 출마여부, 계파 수장 의지, 양쪽 정체성과 수뇌부 캐릭터, 민주당과의 통합, 지역구 여론 등이다. 전남지사출마의지가 강한 주승용의원은 박지원 의원과 경쟁해야 한다. 중도파에 지지자를 둔 손학규 전 의원은 통합찬성을 이미 천명했다.
 
유승민쪽이 결사 반대한 민주평화당 창당주역들은 중도파에서도 탐탐하게 여기지 않는다. 또한 민주당 패권세력이 지겹다. 중도파 5명이 민주평화당으로 가면 교섭단체 구성을 가능케 한다. 통합신당으로 이동하면 캐스팅보트 작동기준선인 32석이상이 확보된다.

호남출신 중도파 의원들이 어디에 착지하든 그들의 지역구만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분당에 열받고 있는 호남여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갤럽 호남조사에서는 통합 찬성이 우세하지만 실제 체감 여론은 그 반대다. 그들은 어느 길을 택하든 선택과 집중 원리가 어김없이 작동되는 호남 선거법칙이 목에 가시처럼 걸릴 것이다.

2016년 총선 호남 싹쓸이는 호남선거 법칙의 산물이었다. 배신감은 선택과 집중원리를 작동시킬 수 없다는 현실도 잘안다. 호남의원들은 호남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외친다. 호남인은 호남만의 선거 법칙을 준수한 덕분에 연말 예산 폭탄세례를 받은 사실을 성경구절처럼 달고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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