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동/강진군 다산기념관(평생교육학 박사)

2018년 올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대표적 저서인 목민심서(牧民心書) 저술 200주년이 되는 해다. 목민심서는 다산이 유배생활로 백성을 위한 마음은 있으나 실행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마음속에 쓴다는 의미에서 심서(心書)라고 했다. 목민심서는 지방행정 책임자인 수령들의 행정지침서로서 부임하는 날부터 그만 두는 날까지 지켜야 할 사항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요즈음 목민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백성을   위해야 할 것인가는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피폐하여  떠돌다가 굶어죽어 시체가 구렁텅이에 가득한데도 그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목민심서 서문(1821년 늦봄에 열수(洌水) 정약용)

이글은 저술 200주년이 되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서문에 나오는 글 일부이다. 20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면, 지난해 우리는 촛불정신을 통해서 새로운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하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적폐가 쌓였으며 서민들이 모르는 사실들이 은폐되고 있었는가를 세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순박한 일반 서민들은 지도자를 믿고 오직 그들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소위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과 그 주변의 사람들은 백성들은 안중에 없고 오직 그들의 안위와 권위만을 위한 일과 제도로 일관하였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농간에 의해 국정이 처리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200년 전 다산이 목민심서를 통해서 우리에게 가르쳐준 나라다운 나라 백성다운 백성을 위한 외침이 얼마나 절절했는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왜, 다산은 목민심서를 썼는가? 당시 조선사회는 당파싸움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큰 변란으로 농업이 90%인 상황에서 80%가 못쓰게 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황이었다. 오직했으면 다산은 경세유표에서 ‘조용히 생각해 보건대 나라 전체가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부분이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뿐이다’라고 하였겠는가. 그만큼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물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제도가 없이 혼란스런 사회로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고 정치는 당파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 바로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남인 출신으로 천주교를 빌미로 온갖 음모를 당하면서 결국엔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이 기나긴 유배기간 다산은 오직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면서 백성들이 보다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없을까를 생각한다.

그래서 지방수령들이 백성의 생사여탈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그들의 복무지침서를 만든 것이다. 수령의 막강한 권한이 백성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행사 될 수 있도록 수령의 권한 범위 안에서 백성이 편리하도록 각종 제도를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목민심서는 아래로부터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윤택하게 하려는 방편을 담은 개혁서이다. 이러한 다산의 애민정신과 위민정신을 바탕으로 한 목민심서를 우리 모두가 귀 기울이며 우리 삶속에서 실천해 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200여년전 지방관의 횡포로 인하여 신음하는 농민들의 참상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는 치열한 현장의 일들을 사례로 만들어 준 매뉴얼을  우리는 오직 교과서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와 백성을 위한 방법은 다를 것이 없다. 왜냐면 결국에 그 일은 사람들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산은 목민심서를 쓰면서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절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牧民)이다’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 있어 행정 실무보다는 수신이라는 인격적 기반인 올바른 정신자세의 확립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저술 200주년이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글로벌 다문화 사회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간 갈등은 물론 극도의 개인주의 시대에 균형 있는 가치관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회제도의 운영주체가 되는 지도자들의 올바른 정신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실학을 집대성한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며 지식인인 다산의 애민과 위민 정신이 핵심인 목민심서를 21세기 우리 모두의 삶속의 매뉴얼로 삼아 새로운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시민으로써 사회공동체 역량을 확산해가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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