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전업 농업인의 생명줄인 1년 농사를 생각하면 폭설이 짜증스러웠다가도 금새  평상심으로 급선회한다. 농사용 생명수가 쏟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수반되어야할 인식의 전환 프로세스다.

가족이 몰던 자동차가 눈길을 곡예하다 도로변에 쳐박혔어도 위로가 되는건 다름아니다. 폭설이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농촌출신 전업주부의 깨달음이 있어서다.

두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관념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하는 인식의 대상이라도 긍정적인 양면성이 있다는 것이다. 폭설과 강추위가 엄습했을 무렵, 선거에 관한 대화와 만남이 잦았다. 혹한에 마음 빼앗긴 상황에서 의견 교환이 주저스럽긴했다.

스마트폰을 누를 때면 날씨가 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속이 있느냐는 핀잔이 스프링처럼 튀어나올 것 같았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혹독한 추위에 움추려든 상황에서 선거화제를 꺼내면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그런 반응도 있었다.

막상 대화를 나누면 꼭 그렇치 않다. 어느새 올바른 선택을 위한 쪽으로 견해와 정보가 모아진다. 설혹 네거티브 반응을 보였다 하더라도 추위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미 표심을 정했거나 선거일이 반년이나 남아있어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었을 뿐이었다.

혹한속에서 내키지않는 선거관련 대화라도 그 이면에는 지방선거에 대한 공통 가치 인식이 흐르고 있었다. 생활에 불편을 주는 폭설이 농사에는 큰 도움을 주는 양면성과 다를게 없다. 선거 대화에 응한 사람들의 핵심 관심은 민주당 경선에 관한 것이었다.

경선이 입지자들의 당락을 재단한다는 명제는 민주당에서만 유효하다. 고공행진중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지방선거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낳은 결과다. 여론조사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2-3개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민주당이 앞선다.

이런 싹쓸이 분위기를 타고 너도나도 지방선거에 나서겠다고 아우성이다. 야당에서 경선은 커녕 자원 후보자도 드러나지 않는다. 지지율 양극화가 후보 양극화를 불러왔다.

민주당 경선분위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전국 1위인 호남이다. 광주, 전남·북 단체장 예상후보 지지율도 단연 앞선다. 민주당후보 난립현상의 근원이다.

광주시장은 9명이나 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한명 없는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을 제쳐놓고 민주당 후보만을 상대로하는 여론조사가 반드시 끼어든다.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가 당원명부 유출의혹에 휘말려 중앙당 조사와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과열 후유증이다. 광주·전남 전역에 걸쳐 지방선거 본선티켓을 따내기위한 민주당 경선 분위기가 달오르고있다.

민주당 경선이 뜨거워진 또다른 이유는 호남에서 유일한 맞수인 국민의당이 분당내전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측은 2월 설명절 전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진군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개혁신당을 추진중이다. 호남의 선거판은 민주당과 통합당, 국민의당잔류파, 한국당, 정의당이 참여하는 다자구도로 가고 있다.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 승리가 담보된 황금 분할 구도다.

인물자격까지 겸비된다면 경선 통과직후 삼페인을 터뜨려도 축제무드를 거두어들일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 통합 내전이 파생시킨 다자구도 덕이다. 일대일 맞대결을 믿었던 국민의당 입지자들에겐 배신과 원망과 분노를 분출시키는 악한 구도다.

대체적으로 정당 경선은 일반인과 권리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반반씩 반영한다. 민주당은 이런방식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이나 일반 여론조사는 조직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원 여론조사는 조직력이 어느정도 먹혀들어간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조직력만으로 일반표본 전체를 마크할 수 없다. 조사대상도 무작위로 이뤄져 사전 공작도 극히 제한적이다.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된 일반여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선거에서 정당별 1대1 또는 다자간경쟁구도가 되더라도 결국은 경선승리자끼리 맞붙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래서 본선아닌 경선에서 군수가 나온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여론에서 월등히 앞선 민주당의 경우 호남 경선에서 군수가 나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현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여겨진 선거구도 쉽게 눈에 띈다. 때문에 일반 경선 여론조사에 적극적이고도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참된 일꾼을 원한다면 경선은 후보진영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직력에 밀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불행한 사태는 끔찍하다. 순간의 선택이 빗나가면 후회와 불이익을 4년내내 달고 살아야 한다. 일반 농사는 1년단위로 이루어지는 개별행위다. 선거는 다르다. 1년의 4배나 되는 긴 기간 지역살림을 대신 꾸려줄 위탁자를 공동으로 찾는 민주적 절차다.

한번의 선택이 4년의 삶을 좌우한다는  의미를 깊이 새겨야한다. 혈연과 지연에 얽메인 표심은 본능같은 것이지만 맹목적 인연중시 최면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때다. 

저작권자 © 강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