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천/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얼마 전 산학간에 협력해서 우리 지역을 발전시켜보자는 좋은 취지의 세미나에 참석해 4차산업시대 농업의 발전에 대한 논의를 경청했다.

농업도 4차산업을 잘 활용하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란 것을 이해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과학을 전공한 학자의 과학 만능의 사고, 특히 GMO(유전자변형농산물)연구를 촉구하는 발언과 그에 대한 답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과학연구의 신중한 적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한마디로 완전히 파악된 것이 아니라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해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가 당연히 옳은 것으로 여겨왔던 과학상식이 먼 훗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무수한 오류를 알고 있다. 천동설, 연금술, 한 때 약으로 처방됐던 담배, 위해성을 모르고 마구 써왔던 발암물질인 석면 등이 그것이다.

잘 알다시피 GMO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생산을 늘리는 데는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먹고 사용했을 때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연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GMO가 검증되지 않은 유해성과 환경파괴 및 돌연변이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신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성급한 사용, 특히 상품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같은 종의 식물끼리 교잡해 새 품종을 만드는 기존 방법과 달리 동물 유전자를 식물에 집어넣는 등 종간 구분이 없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비판도 있다.

새롭게 만들어진 어떤 형질이 다른 생물체에 들어가면 때로는 생물체 고유의 유전자 기능이 사라지거나 유전자 배열이 불안정해져 새로운 독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유전자가 변형된 식품이 안전한 먹거리인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과학연구의 윤리적 고려가 절실하며 특히, 연구결과의 적용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처럼 그에 대한 결정은 일반인도 포함된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특히 전문분야란 이유로 그 분야 특정 과학자들만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은 사고의 폭이 한정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어 극히 위험한 결정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진 것이 망치뿐이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경귀는 이런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국민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는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용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먹거리처럼 인류에게 광범위하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인 경우에는 아직 그 안정성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면 그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가 아는 것이 전부인양 주장하는 것은 오류를 넘어 무지이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철학없는 과학은 오만이며, 윤리의식이 결여된 과학은 위험한 불장난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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