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광주전남연구원장

필자는 주말이면 동네 가까운 산들을 오르곤 한다. 금당산 정상에 빛고을산들길 안내표지판이 서 있었다. 광주를 한 바퀴 돌면 81.5km란다. 광주의 둘레길인 셈이다.

그런데 이 길은 왜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을까? 무등산 옛길이나 무돌길처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사뭇 궁금했다.

그래서 필자가 늘 즐겨쓰는 말처럼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에 따라 직접 빛고을산들길을 직접 걸어 보기로 했다.

첫 주말은 접근이 용이한 잣고개의 무진고성에서 도동고개 방향을 선택했다. 산수동, 두암동 등지에서 올라 온 등산객들을 더러 볼 수 있었다. 바탈봉, 장군봉 등 생소한 이름이지만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하면 산행의 묘미도 있겠다 싶었다.

오르랑 내리랑 산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도 마시니 힐링도 되었다. 그런데 도동고개를 앞 둔 노고지리산 봉에서 칡넝쿨이 무성해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이처럼 방치되고 있으니 빛고을산들길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구나 싶었다.

둘째 주말에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무진고성에서 학운초등학교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이 길 만큼은 도심이 가까우니 가다가 막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예상했던 대로 길은 잘 닦여 있었다.
 
장원봉, 지산동유원지에서 올라오는 리프트카도 볼 수 있었고, 조선대를 보며 내려가는 길목에 나무들이 울창하여 그늘도 많아 걷기도 편했다. 다만 동구청에서 잘 만들어 놓은 무등산자락 다님길과 중첩되는 구간들이 혼동스러웠다. 또 멧돼지 조심하라는 경고문들이 보여 혼자 걷다 보니 섬뜩하기도 했다.

셋째 주말, 학운초교에서 동적골까지는 인기 코스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동적골 끝자락에 당도해서 부터서는 자주봉까지 올라가는 숨가쁜 길이었다. 막힌 길은 없었지만 가는 도중에 쓰러져있는 나무들도 있어 관리가 부실함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들개를 조심하라는 경고판, 이제는 혼자 와서는 안되겠다 싶어 페북에 올려 보았다. 관심있는 몇몇 지인들이 함께 하자는 답신을 보내왔다.

넷째 주말에는 4명이 참여하게 되어 든든한 빛고을산들길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싸목싸목 걷는 길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소태역에서 광주천을 따라 걷다가 용산초교를 지나 기독정신병원을 지났다.
 
분적산 코스를 가지 않고 직진하여 제석산 구름다리가 보이는 지점에서 올라와 산길로 접어들었다. 동성고교 앞에서 금당산 봉우리들을 거쳐 풍암정에 이를 수가 있었다. 이 구간은 도로가 많아 차량 매연이 문제가 되니 코스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섯째 주말, 사정상 단 둘이 걷게 되었다. 풍암호수를 시작으로 매월농원이 있는 전평호수에 도착, 만귀정에서 점심. 서창뜰을 지나 영산강변을 걸었다. 송정교까지는 생각보다 긴 거리여서 조그만 쉼터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마침내 평동역에 도착했다. 평동역에서 임곡역까지. 평동저수지, 송산유원지, 황룡강변을 따라 걷는 5구간은 그야말로 환상의 길이었다. 걸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도 우리 빛고을산들길 팀은 임곡역에서 용산교까지 걸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6구간이다. 많은 분들이 희망을 해 와 최종구간은 십여명이 넘을 듯 싶어 든든하다. 혼자서 걷기 시작한 이 길을 이렇게 함께 여럿이서 걸을 수 있다니 가슴 설레며 기쁘고 뿌듯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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