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장문화재를 발굴할까
이규훈<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매장문화재는 땅속이나 수면 아래 묻혀 있는 문화재이다. 매장문화재는 크게 유적과 유물로 구분한다. 유적은 흔적이 남아있는 터로 주거지와 조개더미, 옛무덤자리, 건물자리 등을 말하며, 유물은 유적 안에 있는 각종 도구와 물건들을 말한다.

매장문화재 발굴은 잃었던 역사를 되찾는 일이며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보고 배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알려면 역사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책에는 당시 왕들의 행적이나 궁궐에서 일어난 일, 특별히 기록으로 남길 만한 중요한 일들만 씌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소소한 역사의 숨결과 일반 백성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이 잃어버린 역사의 틈을 메워주는 게 바로 고고학적 발굴이다. 예를 들어 역사책에는 한성기 백제가 한강유역에 터를 닦고 세력을 넓혔다는 정도의 기록밖에 남아 있지 않다. 물론 백제인의 실제 생활모습도 묘연하다.

말하자면 우리는 한성기 백제에 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풍납토성 유적이 발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토성의 규모 등으로 미루어 이곳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백제의 하남위례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더불어 유적에서 살림터와 공공건물터, 그릇 들을 발굴하면서 당시 백제인의 생활모습을 생생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 풍납토성 발굴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한성기 백제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 것이다.<이 글은 ‘천번의 붓질 한 번의 입맞춤(진인진)’이란 책에 게재된 이규훈 학예연구관의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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