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선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강진거북의 영험때문”

이승만 대통령의 천운이다.... 고위직 공무원들 앞다퉈 거북 ‘알현’
하루 사료값만 쌀한가마 값 ‘극진대우’
‘이대통령의 운명과 관련있다’ 6.25후 더 유명세
1956년, 슬픈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강진거북은 1949년 그해 도암에서 부산으로 옮겨졌다. 당시 거북이 어떤 방법으로 옮겨졌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한 거북이 부산에 도착하기 까지 어떤 격식과 분위기가 동원됐을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거북의 안식처는 부산영도에 있는 중앙수산시험장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수산시험장이었다. 거북을 키우는 것도 당시 처음있는 일이었다. 강진거북은 이곳에서 미리 마련한 길이 6m, 폭 3m의 ‘물통’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거북을 보려고 이승만대통령이 수산시험장을 다녀간데 이어 부산시민들이 곧바로 몰려 들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부산에 국립수족관을 세우라고 긴급지시를 하고 올라간 터였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가 거북의 노는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강진거북과 동일한 종인 붉은바다거북(학명 Caretta caretta)이 바닷속을 유영하는 모습이다<사진=네이버>
‘거북이는 한 시간마다 물위에 떠올라 우아한 등과 코를 내밀고  숨을 쉬는데, 후~하는 숨소리는 솔로몬의 굴속에서 나오는 유현의 음향인 듯 300년의 비밀을 상징하는 듯 하다. 거북은 네발을 허우적 거리며 물속을 헤엄치는데 물통이 너무나 비좁은 듯 하다<동아일보 1950년 3월 22일>’

거북의 등은 우아하기 그지 없었고, 거북의 숨소리는 마치 솔로몬의 굴속에서 나오는 유현의 음향으로 묘사되고 있다. 솔로몬의 굴속에서 나오는 유현의 음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솔로몬의 동굴’이란 보물이 가득찬 신비속의 동굴이다. 보물이 가득찬 동굴에서 나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기대와 희망, 모험을 안겨준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해방후 정부수립 직후 강진에서 잡힌 거북 한 마리가 이승만 대통령은 물론 상당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심어주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북을 구경하기 위해 매일같이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거북의 인기는 치솟았으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거북은 매일 엄청난 양의 조개류를 먹어댔다. 특히 껍질벗긴 새조개와 새고막을 즐겨 먹었다. 하루 먹는양이 6~ 12㎏에 달했다. 이를 구입하는 돈이 하루에 5천원에 달했다.

당시에는 쌀 한가마가 5천원 정도 할 때였다. 지금 쌀 한가마가 15만원 정도 하니까 당시 화폐가치로 거북이 한 마리가 먹어대는 사료치고는 대단한 비용이었다. 매일같이 들어가는 사료값에 입이 떡 벌어진 중앙수산시험소는 정부에 거북이 사료값으로 900만원을 긴급 지원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 돈으로 따지면 2억7천만원 정도를 요청했으니까 대단한 거북이 아닐 수 없었다.

1950년 3월 초 거북을 구경하려고 내려온 백성욱 내무부장관이 “비좁은 통속에서 자유를 구속당한 거북이 매일 오천원의 국고금을 먹고 있네”라고 웃었다는 일화는 당시 부산사람들의 술자리에서 자주 회자됐던 말이다.

1949년 강진거북이 부산으로 옮겨가 살았던 수산시험장 최근 모습. 1996년 8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진흥원으로 개편됐고, 2002년 3월 국립수산과학원으로 개칭됐다.<사진=네이버>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터졌다. 서울이 순식간에 함락됐다. 이승만 정부가 부산으로 부랴부랴 이전해 내려왔다. 낙동강에서 전열이 정비되면서 부산은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이승만대통령도 무사하게 서울로 올라갔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6.25사변중 부산이 교두보로 함락되지 않고 이대통령이 안전하게 서울로 돌아간 것은 거북덕택이다’는 말이 퍼졌다. 강진거북은 이승만 대통령의 운명과 관련이 깊어지면서 전쟁을 기점으로 그 인기가 더 올라갔다. 아직까지 거북을 ‘알현’하지 못한 정부인사들과 고위공무원들이 전쟁통에도 부산수산시험장에 줄을 설 정도였다.        

강진의 거북은 이후 신문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아마도 부산수산시험장에서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1956년 8월 강진거북은 슬픈 소식을 가지고 찾아온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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