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국민의당 통합내분 심각성은 여론조사에서 생생하게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최근 정례조사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호남에서의 정당지지율은 한국당에까지 뒤져 3위로 미끄러졌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의원간 갈등’을 지지율 절벽원인으로 꼽았다.

리얼미터가 13일 발표한 결과는 국민의 당의 지지율이 절벽까지 다다랐다는 현실을 실감나게한다. 정당별 전국지지율(백분율)은 민주48.2, 한국18.6, 정의당5.8, 바른정당5.5, 국민의당5.3으로 나타났다. 호남에서는 민주61.2, 한국10.6, 국민7.4, 정의 3.7이었다.
 
불과 1년 전에 싹쓸이를 안겨준 텃밭 호남 지지율 추락은 국민의당 창당이래 최저치다. 하루뒤에 발표한 한국갤럽조사추이도 비슷했다. 전국 지지율은 5%로 정의당과 함께 역시 꼴지를 기록했다. 호남의 경우 5%지지율을 얻은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 공동2위였다. 국민의당 전국과 호남 지지율이 5%로 동일하게 나타나 호남지지세가 고갈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했던 안철수 대표측이 무리하게 서두르다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념이 상반된 민주당 통합파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류 측이 올해 안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간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려다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의당이 탄생한 것은 민주당의 패권세력에 의한 독주 때문이었다. 국민의당은 미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일방적 지원을 받아 제3당의 자리를 굳혔다. 대통령선거에서는 우위를 다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한 후 고착화한 국민의당 지지율 바닥세는 친정으로의 회귀 바람을 몰고왔다. 언론의 분석처럼 ‘심리적 분단상태’라면 하루빨리 상황에 맞는 절차를 밟는 게 옳은 선택일 것이다.

통합 내분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모호한 정체성과 지도력부재가 치명적 결함이다. 통합문제로 포장된 내분의 뿌리를 여기에서 찾는 게 올바른 문제탐색 과정일 것이다. 진보좌파인지 보수우파인지, 순수 중도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사드 접근방식에서 정체성과 리더십 부재가 확연히 드러났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뱃지를 달아준 주군을 향해 땡쳤다. “정치자산 고갈됐다”는 막말을 내던져도 무사한 집단이다. 봉숭아학당에서도 보기 힘든 무질서한 구조다.

안철수 대표는 이제 극중(極中)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에 대한 믿음보다는 중도에서 좌우를 왔다갔다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반대편 측은 역시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못할 것이다. 국민의당의 모호한 정체성은 민주당 통합파의 훌륭한 탈당미끼다.

동교동계와 동조자들은 햇볕정책폐기, 좌파인사 배제 등의 이유를 들어 바른정당과의 통합불가, 민주당행을 주장하고 있지 않는가. 지도부 압박능력이 특출한 천정배, 정동영, 박지원 등 진보좌파성향의 중진들이 여기에 동조하는 것도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그들중 ‘문 모닝’을 외치며 저격에 앞장섰던 박지원전 대표의 갑작스런 ‘문땡큐’ 발언은 낮뜨겁다. 민주당과의 통합 그리고 자신의 지방선거 전략과 연관 지어 쏘아대는 반대세력의 눈총은 예사롭지 않다. 박 전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감동적으로 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DJ 베를린 선언의 순수함을 봤다”면서 “너무나 감동적으로 잘했다”고 극찬했다. “민생·경제·복지정책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정연설대로 확실하게 실천해 주길 바란다” 최근 라디오방송이나 SNS을 통해 쏟아낸 ‘문땡큐’발언들이다.

주승용 의원의 통합 연애론에 대입하면 러브콜 수준이다. 문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 발언들이어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당연하다.

왜 그럴까. 일부 평론가들은 전남지사출마의사를 밝힌 박전대표가 집권세력에 기운 호남 민심을 의식해 전략적으로 친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풀이한다. 다시말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집권측의 호감을 사면 파트너의 길은 쉽게 열리게 되어 있다.

민주당통합파와 안철수측은 공생하기 어렵다. 이념과 중도보수 외연확장 노선을 공유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게 결정적 장애물이다. 게다가 개인별 정치설계에 따라 눈치보지 않고 당을 떠나는 정치인의 속성도 예고없이 발동될 수 있다. 그들의 정치설계내용은 지방선거이거나 2년 터울로 이어지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또는 정치영향력 확대 욕망 등 다양하다. 

정당사에서 보듯 당선에 유리한 정치집단에 합류하겠다고 뜻을 세우면 만류는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바른정당을 떠난 9명의 복귀파들을 보지 않았는가. 정당이 나갈려는 사람을 잡는 건 도로(徒勞)에 불과하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갈길을 정하고 시간을 재고 있는 부류들은 존재한다. 국민의당의 갈등해법은 잔류세력을 통합해서 당 재건에 사력을 모으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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