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순/전남지방행정동우회장

24년 전인 1993년, 필자는 전남 강진군수로 재직 중이었다. 강진은 농·산·어촌이 함께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과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아름다운 고장이다. 군수로서 강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바로 그해, 당시 영남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남도 답사 일번지’라 칭하며 전남 강진의 문화유산을 가장 먼저 다뤘다.

널리 알려진 사적지와 관광지를 제쳐두고 강진을 첫 번째 답사지로 택했다는 점에 놀라기도 하면서, 남도의 자연과 역사문화에 대한 저자의 심미안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우리 국토와 문화유산이 가진 아름다움과 역사적 배경, 현 시대에 갖는 가치를 저자의 남다른 애정과 해박한 지식으로 담아냈다.

국민의 ‘문화 교과서’라 할 만큼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문화유산 답사의 길을 떠났다. 문화유산의 발길은 강진에서 시작됐다. 인근 식당과 민박집들은 발 디딜 틈 없었고 인적이 드물던 시골마을도 사람들로 붐볐다.

이러한 답사행렬은 문화유산 대부분이 산재해 있는 농어촌에도 적잖은 활력소가 되었다. 역사와 문화가 재조명되고, 체험과 답사가 새로운 산업의 토대가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강진의 숨겨진 가치와 경쟁력을 새롭게 발굴해 준 저자에게 직접 고마움을 전했던 기억이 있다.

1권이 출간되고 지난해 7권 ‘제주편’에 이어 지난해 ‘일본편’ 4권이 출간되기까지 24년의 세월이 흘렀다. ‘창조경제’와 ‘농어촌 6차 산업화’가 경제와 농업의 새로운 비전으로 떠오르는 요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담겨진 농어촌의 잠재 가치와 가능성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역사와 문화, 경관을 발굴해 체험관광을 비롯한 2차, 3차 산업과 융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어촌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이다. 또한 고유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역사문화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이것이 농어촌의 숨겨진 가치이자 잠재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 나가면서, 새로운 성장 원동력으로 키워가는 것이 농어촌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 ‘창조경제’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틈날 때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다시 펼쳐본다. 그리고 현장을 찾을 때마다 우리 문화유산과 농어촌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역사와 문화는 과거와 현재의 공감이자 교류이다. 또한 역사와 문화를 통해 ‘창조’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로운 안목을 키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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