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운/언론인

안 대표 취임 후 고개를 쳐든 국민의당 통합논란은 지난 18일 통합관련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불은 뿜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3%, 한국당 15.6%, 국민의당·바른 정당 통합당 19.7%, 정의당 5.3%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민주당·국민의당 통합당 54.6%, 자유한국당 15.9%, 바른정당 7.2%, 정의당 7.7%로 나왔다. 지지율 6.4%인 국민의당으로선 민주당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대가 지지율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준다.

안철수 대표는 여론조사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합집산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하고 그래서 국민의 민심을 객관적으로 알고 싶어 국민정책연구원 차원에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제 3정당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다당제가 꼭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 민심이라는 것을 확실히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정 정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에 대한 지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분히 아전인수적이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느낌도 든다. 통합을 서두른 것은 양당의 고사(枯死)위기감과 대권 욕망이 융합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배적 분석과 배치된다. 그 중 당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은 통합을 재촉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안대표가 부인한 것과 달리 특정정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만을 위한 여론조사라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찬반논란에 뛰어든 호남 의원들 중 고사위기를 지적하고 연애론을 펼친 주승용 의원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존폐 위기에 몰린 양당의 현실인식과 다양한 대화 강조가 어필했을성 싶다. “바른정당과 우리당이 제대로 역할못한 것도 있고 미약함 때문에 다른 당에 흡수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럴 때 일수록 연대가 필요하다. 통합은 다당제에 역행한다” “연인끼리 사랑하면 결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인이 됐다고 모두 다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다양한 대화를 통한 선 연대 후 통합모색 메시지가 잡힌다.

안철수 대표의 통합 접근방식은 정치역량 취약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홍수를 이룬다. 교섭단체를 두고 있는 정당이 뜸들이는 시간도 없이 3-4개월 내에 당을 합치겠다는 발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호남의원들과의 충분한 대화가 없었다는 것도 비중있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느닷없이 지역 위원장들에게 일괄 사표를 강요한 초법적 발상에 대해서는 정치 초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혹평도 뒤따랐다. 영남을 향한 반 정서적 잔재가 존재하는 호남을 발판으로 약진한 정당으로서 신중치 못했다는 견해를 펼친 이도 많았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국민의당 호남출신들은 민주당으로, 바른정당 상당수는 한국당으로 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들은 절반이상이라고 본다. 동교동계는 노골적으로 민주당으로 가자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계파 어떤 이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원하는 안철수 대표는 당을 떠나라. 출당시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왜 안 대표가 통합을 밀어붙이려 했는 지를 짐작케하는 반응들이다.

통합추진 관련, 안팎의 호된 비판 배경을 안철수 대표가 모를 리 없다.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안철수만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당의 고사 위기감이 아닐까. 왜소한 정당이나 무당적 대권도전자가 승리한 적이 없다. 국민의당 옥죄기와 회유전략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동되고 있다면 고사 위기는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광역단체장 세 자리를 모두 빼앗긴다는 가정은 끔찍하다. 그럴 경우 지방선거 종료 2년 후의 금뱃지 쟁취를 위한 액소더스가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미래 운명은 호남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호남을 가볍게 보는듯한  통합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결론은 타당하다.

여소야대의 정치구도는 집권세력의 정계재편시도를 강요한다. 정권재창출 토대 가 될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강도는 더해갈 것이다. 타깃인 국민의당은 앉아서 고사당할 비운도 각오해야할 위기상황이다. 다변적 흡수전략과 각개전술이 집요하게 전개될 경우 지방선거,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스케줄과 맞물려 방어벽은 버티기 어럽다.

중도 개혁세력과의 통합론이 시들해진 시점에서 종착역은 보다 선명해졌다. 정체성, 현실성, 의견수렴과 조율을 담은 공론화 요소가 무시된 통합드라이브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분란만 증폭시키고 분열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관점차이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통합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안철수 리더십은 바닥 수준인 것 같아 절망감이 밀려온다. 정체성 정립없이 혼자하는 정치는 새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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