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제52회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은 성요셉여고가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요셉여고의 법인 수녀회였던 사랑의 씨튼수녀회측은 기존의 성요셉여고 건물을 활용해 전교생 60명 정원의 3개 학년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도교육청에 올려 현재 심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사랑의 씨튼수녀회측은 새 학교가 일반 학생과 다문화, 일반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종의 대안학교의 형태인 만큼 지역 고등학교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성요셉여고가 폐교된 의미와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과 학부모, 그런 희생을 바탕으로 거점고라는 결실을 맺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사랑의 시튼수녀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학교 설립은 지역차원에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사안이다.

성요셉여고가 2013년 3월 폐교선언을 하고 신입생을 받지 않은 것은 학생들 모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입생의 절반이상을 외지에서 조달하는 형편이었고 해마다 학급수가 줄었다. 그 과정에서 학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한 사회적 비용이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수녀회측은 수녀회측대로 막대했다.  

결국 성요셉여고는 폐교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졸업생들이 모교를 잃었고, 폐교를 예상하지 못하고 2013년 신입생으로 들어왔던 학생들은 2016년 2월 졸업하기 까지 후배없는 학교 생활을 해야 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성요셉여고의 폐교는 강진지역 사회에도 큰 손실이었다. 그러나 불가피한 일이었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 폐교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폐교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바로 그 자리에 다시 고등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강진의 교육질서를 또 한번 어지럽히는 일이다.

지금 강진의 교육환경은 성요셉여고가 폐교할 당시 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성요셉여고 폐교의 핵심이유였던 학생 부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성요셉여고가 문을 닫고 강진고가 거점고로 지정돼 운영되면서 간신히 학교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학교 경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정원 60명의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방법에서 교육부의 지원은 빠질수 없는 요소다.

자치단체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외지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겠다고 하지만 다문화가정은 강진에도 많다. 상당수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이 학교가 흡수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다 보면 정원을 늘려갈 것이고, 강진고등학교 거점고 체계는 흔들릴 것이다.
 
그 와중에 교육부나 자치단체의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결국 강진에서 새 고등학교가 설립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자, 강진의 고등학교 교육체계를 흔드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 폐교선언 당시 학교측 관계자는 학부모들 앞에서 학생 모집의 어려움을 시소게임에 비유한 적이 있다. 한쪽이 많은 신입생을 모집하면 한쪽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반대로 이쪽이 어려움에 처하면 저쪽이 신입생을 많이 모집하는 상황을 시소게임에 비유한 것이다. 맞은 말이다.

새 고등학교가 신입생 30명을 모집하면 다른 학교들이 신입생 30명을 확보하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사랑의 시튼수녀회는 강진에 새 고등학교를 세움으로서 이러한 시소게임을 다시 하려 하고 있다.

사랑의 씨튼수녀회는 이제 강진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56년전 여성교육의 불모지 강진에 왔던 선배 수녀들이 했던 역할과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학교 교육시설의 공급 과잉 시대다.

학생들이 줄어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신 강진에는 새로운 복지수요가 많다. 사랑의 씨튼수녀회가 성요셉여고 자리에 전국에서 으뜸가는 노인 복지시설을 지어서 운영해 보면 어떨까.

어려운 분야를 개척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 그것은 1961년 10월 초 강진에 오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항구에서 화물선을 타고 28일 동안 태평양을 건너왔던 선배 수녀들의 큰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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